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지난달 22일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 모습.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지난달 22일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 모습.

"국민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국민을 죽였다. 말로 다 할 수 없이 슬펐다.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직접 와서 보니 그 슬픔이 더 와닿았다."

"광주는 처음"이라는 꿈틀리인생학교 학생 여름(17)이 5·18민주화운동(5·18) 사적지 답사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여름을 비롯해 지난 6월 21~23일 광주 곳곳을 둘러본 꿈틀리인생학교 학생 11명도 "기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1명 중 10명은 "광주에 처음 와 본" 학생들이었다.

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차로 5시간을 달려 400여 km 떨어진 광주를 찾았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모델로 하는 꿈틀리인생학교는 중3 또는 고1을 마친 학생들이 1년 동안 '쉬어갈 수 있는' 대안학교다.

학생들은 5·18기념재단 '우리동네 오월학교' 사업의 지원으로 2박 3일 동안 5·18 사적지를 탐방하며 "5·18을 기억하는 일에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5·18 광주 사적지를 답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5·18민주화운동(5·18)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서 5·18 항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5·18 광주 사적지를 답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5·18민주화운동(5·18)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에서 5·18 항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무등빌딩 앞에서 당시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외국인들의 5·18 항쟁 참여상에 대해 듣고 있다. 1980년 5·18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평화봉사단 소속 팀 원버그(Tim Warnberg)가 부상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시민과 나누어 들고 무등빌딩 앞을 걸어가는 사진의 배경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무등빌딩 앞에서 당시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활동했던 외국인들의 5·18 항쟁 참여상에 대해 듣고 있다. 1980년 5·18 당시 광주에서 활동했던 평화봉사단 소속 팀 원버그(Tim Warnberg)가 부상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시민과 나누어 들고 무등빌딩 앞을 걸어가는 사진의 배경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실제로 본 탄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답사 첫날 학생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고, 둘째날인 지난달 22일에는 옛 전남도청 앞-시계탑-무등빌딩 앞-5·18기록관-전일빌딩을 차례로 돌았다. 기자는 22일 답사에 동행하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지치지 않고 5·18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장 먼저 무등빌딩 앞에 선 학생들은 5·18 당시 평화봉사단 소속이었던 미국인 팀 원버그(Tim warnberg)의 흑백사진 속 발자취를 따라 걸었다. 광주시민들과 들것에 실린 부상자를 옮기던 외국인의 모습을 통해 학생들은 당시 삼엄했던 광주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다.(오마이뉴스, '5·18 40주년 특집-이방인의 증언'(2020.5.12.))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답사 중 5·18기록관에 마련된 VR 체험을 하고 있다.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답사 중 5·18기록관에 마련된 VR 체험을 하고 있다.
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찾았다.
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찾았다.

이후 5·18기록관을 찾은 학생들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5·18 관련 기록물들을 살펴보고 1980년 5월 현장을 택시로 다니는 VR(가상현실)도 체험했다. 마지막으론 전일빌딩을 찾아 헬기사격의 증거인 탄흔 245개를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답사를 마친 후 전일빌딩 8층 카페에 모인 학생들은 각자의 소회를 나눴다. 여름은 무등빌딩 앞에서 찍힌 팀 원버그의 사진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 사람인데도 발 벗고 도와준 사람이어서 기억에 남고 부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동동(17)은 "지금까지 봤던 (5·18 당시를 촬영한) 흑백사진들과 달리, 기록관에서 컬러로 복원된 사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라며 "전에 읽었던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는 책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나쵸(17)는 "전일빌딩에서 상영한 애니메이션을 보며 민주화를 열망했던 시민들의 희생을 알 수 있었다"라고, 하루(17)는 "광주에 오기 전까지 5·18에 대해 자세히 몰랐는데 전일빌딩의 탄흔을 실제로 보니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자유(18)는 "오늘 배운 5·18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일빌딩245 전시실을 관람 중인 학생들 모습.
전일빌딩245 전시실을 관람 중인 학생들 모습.

묘역 참배 후 "끈끈한 힘 느껴지는 공간"
전날 학생들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참배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자, 늘봄(18)은 "5·18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지만 피해 규모는 잘 알지 못했다"라며 "묘지에 가서 피해자들의 묘를 실제로 보고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듯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5·18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5·18 광주 답사를 마치고 전일빌딩에서 답사 이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학생들은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무등빌딩, 5·18기록관, 전일빌딩245 등을 돌며 5·18 항쟁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5·18을 기억하는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5·18 광주 답사를 마치고 전일빌딩에서 답사 이후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학생들은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 무등빌딩, 5·18기록관, 전일빌딩245 등을 돌며 5·18 항쟁에 대해 배웠다. 학생들은 “5·18을 기억하는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름은 묘지를 "끈끈한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실현된 세상에서 편히 사는 것에 감사했다"며 "나도 5·18을 기억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동행한 김혜일 꿈틀리인생학교 교장은 "책으로 배운 5·18을 현장에서 경험함으로써 학생들이 5·18을 살아있는 역사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장민혁 5·18기념재단 오월학교 팀장은 "교육단체가 5·18을 매개로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확산했다"고 이날 답사의 의미를 전했다.

전일빌딩에서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
전일빌딩에서 꿈틀리인생학교 학생들.

※ 기사에는 학생의 이름 대신 별명을 적었습니다. 꿈틀리인생학교에서는 이름 대신 별명으로 소통합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