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신문>이 창간 69주년을 맞아 불철주야 탄탄한 조직 운영으로 질 높은 신문을 발행하는 <고대신문>, 신문 제작과 관련한 회계업무 처리까지도 학생들이 하는 <연세춘추>, 단과대와의 마찰에도 재학생의 목소리를 담는 <서울여대학보>, 지역거점국립대 신문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전북대신문> 편집국에 방문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학내 종이 신문 발행이 가지는 중요성, 대학신문으로서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엮은이

■ 김시현 <고대신문> 편집국장
"질 높은 기사는 탄탄한 인력과 체계에서"

발행 주간 줄이자는 주장도…할 수 있는 한 주간 발행 유지해야 한다
기자 활동비, 05학번 선배 때와 변함없어
답변 돌리는 실무자들, 대학 측의 협조 원해

“많은 인력과 탄탄한 체계로 기사 질 유지할 수 있어요.”

고려대학교 대학신문사인 <고대신문>은 현재까지 주간 발행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대학 언론이다. 김시현 <고대신문> 편집국장은 주간 발행을 유지하면서도 기사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로 인력과 탄탄한 체계 두 가지를 꼽았다.

<고대신문> 기자들은 방학 때 9시부터 16시까지 매일 출근한다. 주 업무는 기삿거리가 될 아이템을 내는 일이다. 취재 기자들은 아이템을 내는 연습을 하고, 기획 기자들이 낸 아이템은 학기 중에 기획 기사로 쓰인다. 김 국장은 “주간지는 시의성이 부족하니 심층적인 기획 기사를 많이 쓰려한다”며 “학기 중에 보도하기 위해 방학 동안 기자들이 낸 아이템들을 쌓아놓는다”고 말했다. 현재 수습기자 12명을 포함하여 총 36명의 기자가 있는 <고대신문>은 취재와 편집을 지휘하는 데스크 기자 7명과 직접 기사를 쓰는 기자 17명이 함께 신문을 만들고 있다.

김 국장은 “회의 시간과 마감 일자가 고정된 체계로 잡혀있다”며 “그 강제성이 기자들을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국장과 부장에게 <고대신문> 월요일은 ‘마라톤 회의’날로 총 4번의 회의를 한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은 취재 기간이다. 기자들은 부장과 소통하며 각자 맡은 기사를 취재한다. 마감일인 금요일이 다가오면 기자들은 각자의 초고가 통과될 때까지 부장과 국장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토요일에는 기사를 면에 얹히는 조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주간 교수까지 교열을 보면 한 주의 신문 발행 일정이 끝난다. 기자의 사정으로 신문 발행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는 없다. 게으른 기자라도 마감일은 금요일이다.

이러한 주간 발행을 반대했던 국장들도 있었다. 더 이상 주간 발행은 무리라고 판단, 발행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국장은 “우리가 지켜온 주간 발행 전통을 할 수 있는 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기자 수가 많은 <고대신문>이지만 인력 부족 문제는 피해 갈 수 없었다. <고대신문>은 △취재부 △대학부 △기획1부 △기획2부 △미디어부 △사진부로 이루어져 있다. 김 국장은 “미디어부는 부장 1명과 정기자 1명밖에 없어 이번 학기에는 영상을 제작할 수 없었다”며 “사진부 기자 또한 수가 적어 취재 기자가 혼자 사진과 취재를 다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그만두는 기자들이 많아서 들어온지 1년 된 취재기자가 다음 학기에 바로 국장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모든 대학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다. 김 국장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에서도 항상 인력 부족이 문제라고 듣는다”며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언론이 필요한 예산은 늘어나지만 지원은 점점 줄어든다. 그는 “05학번 선배인 기획 간사가 받았던 기자 활동비와 지금 기자들이 받는 활동비의 금액이 같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신문사를 지원하는 대학의 도움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대학 부처를 취재할 때 간단한 질문조차 커뮤니케이션 팀(커뮤 팀)을 통해 들어야한다”며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대답도 커뮤 팀을 통해야 하니 취재 기간이 일주일을 넘어간다”고 말했다. “커뮤 팀과 면담도 해봤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다”며 “대학 측에서 신문사와 대학 부처 간의 의견 조율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대학 언론의 가장 중요한 점을 신뢰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에브리타임이나 SNS에는 검증되지 않고 편파적인 소문들이 있다”며 “학생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곳의 입장과 검증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대학 언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글 이의진 기자, 사진 한청흔 기자

■ 최제환 <연세춘추> 편집국장, 이제형 <연세춘추> 총무국장
"신문 발행의 모든 일, 학생들 손으로"

왼쪽부터 최제환 편집국장, 이제형 총무국장
왼쪽부터 최제환 편집국장, 이제형 총무국장

학생복지 증진 위한 기사 보도
물성 가진 종이신문 여전히 중요
언론 자율경비와 본부 지원으로 재정적 어려움은 없어 

“연세춘추를 둘러싼 일은 다 학생들이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대학신문사 <연세춘추>는 신문 제작을 비롯한 거의 모든 회계처리도 학생들이 하고 있다. 최제환 <연세춘추> 편집국장과 이제형 <연세춘추> 총무국장은 “신문사 운영과 관련한 학교의 개입은 거의 없다”며 “학생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연세춘추>는 편집국장과 총무국장으로 국장단이 구성된다. 편집국장은 기사 발행 업무, 총무국장은 신문사 재원 관리, 홍보, 수습기자 관리를 담당한다. 이들은 다가올 한 학기의 편집국장과 총무국장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이 국장은 “편집국장이 좋은 기사를 발행할 수 있도록 기자들을 돕는다면 총무국장은 그 이후의 과정을 신경 써야 한다”며 “기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기사를 쓸 수 있게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신문 발행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최 국장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와 학생복지를 증진할 수 있는 기사를 보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보도된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 운영을 비판하는 기사를 언급하며 “응답하지 않는 취재원을 상대로 한 반론 취재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관을 배제하고 반론권이 보장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현재 연세대가 처한 학생사회 위기 국면에서 대학신문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학생회가 없을 때 대학신문이 그 역할도 함께 하게 된다”며 “교직원과 취재하며 나누는 대화가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유일한 소통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연세춘추>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매주 발행된다. 이 국장은 “매호 종이신문을 5,000부 정도 발행한다”며 “종이신문이 과거와 같은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오랜 역사를 지녔기에 지면 발행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링크 하나가 더 멀리 나가는 시대에 디지털화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물성을 가진 신문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연세춘추>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쇼츠 등의 매체 주기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노력한다. 최 국장은 “학생들이 신문을 펼쳐 보거나 <연세춘추> 링크에 접속해서 기사를 보지 않기 때문에 SNS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신문사들과 달리 <연세춘추>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등록금 자율경비 항목에 총학생회비와 함께 <연세춘추> 자율경비도 포함되어 있다. 이 국장은 “언론사 자율경비가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어서 해당 예산이 줄기는 했지만, 대학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서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대학신문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인력난에 대해 “대학신문을 떠올렸을 때 힘든 이미지가 있어 도전하기 주저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학부생 신분이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며 “대학 생활하며 좋은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간임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한청흔 기자

■ <서울여대학보> 편집국
“학생 의견 공론화 위해 어떤 협박에도 보도”

왼쪽부터 나도아 사무국장, 이예림 기자, 한채연 편집국장, 이단비 사진부 차장

고소한다는 협박 생각보다 흔해
종이신문은 대학신문의 정체성
독자와 소통하고자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신문 직접 배포

취재원의 고소 협박이 계속되고 취재 요청에 본부가 비협조적이어도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신문사 <서울여대학보>의 한채연 편집국장, 나도아 사무국장, 이단비 사진부 차장은 본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공론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본부나 행정실에 한 취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는 허다하다. 한 국장은 “기자가 교직원에게 전화하면 싫어하는 티를 내거나 성의 없게 답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교수님도 많다”며 “고소한다는 협박이 생각보다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여대학보>는 2015년 주간 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맞서 1면을 백지 발행한 적도 있다. 한 국장은 이를 언급하며 “기사를 싣느냐 마느냐 결정할 때 공익과 나중에 있을 후폭풍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선배가 해줬다”며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어떤 협박을 받아도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판 중에 취재했던 교수들이 전화로 기사 내용을 수정하라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나도아 사무국장은 “편집국장에게 모든 편집권이 있다는 것을 교육으로 배워 알고 있었지만, 편집권과 언론의 독립성을 지키는 게 어렵다는 걸 현장에서 깨달았다”며 “당시에는 기자 신분이라 편집국장이 시키는 대로 기사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힘들게 취재해 보도한 만큼 그 효과를 체감할 때도 있다. 한 국장은 “학생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문제를 결정하던 학과의 이슈를 보도한 이후 해당 학과에서 학생들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신문이 발행된 주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울여대학보> 모든 기자가 신문 배포에 참여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며 발행 소식을 알린다. 한 국장은 “신문을 나눠주면 안 받겠다고 피하거나 도망가기도 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신문을 나눠줌으로 한 명이라도 신문을 더 볼 수 있기에 직접 배포한다”고 말했다.

<서울여대학보>는 지면이 사라질 위기도 있었다. 한 국장은 “본부에서 온라인 신문이 있으니 지면 예산을 줄이겠다는 논의가 계속 있었지만 반대했다”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이라는 독자가 뚜렷한 대학 언론의 경우 지면으로 손에 쥐여줘야 더 많이 읽는 걸 경험했다”며 “<서울여대학보> 온라인 주소에 접속해서 기사를 확인하는 것이 직접 전달하는 지면 신문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대학 언론이 온라인으로만 존재하면 실물을 확인할 수가 없다”며 “눈에 보이는 종이신문은 대학신문의 정체성이다”고 말했다.

한 국장은 대학 언론의 존재 의미에 대해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더라도 기성 언론에서 다루는 청년 문제와 대학 언론에서 다루는 청년 문제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면서 “청년 문제에 대해 기성 언론이 잘 주목하지 않으니 청년 문제를 이야기하는 대학 언론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서울여대학보>도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단비 사진부 차장은 “2명의 국장과 4명의 기자가 신문을 발행하면서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매체까지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학교의 지원 없이 개인의 역량으로 새로운 매체를 운영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국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목표로 총장 인터뷰를 꼽았다. “직접적인 변화를 이루지는 못해도 총장 인터뷰를 통해 학우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청흔 기자

■ 문준혁 <전북대신문> 편집장
"대학과 지역을 잘 아는 건 우리 기자들"

발로 뛴 만큼 의미 있던 지역민 인터뷰
예산 부족으로 취재 포기했던 경우도
종이신문으로 선별된 정보 제공할 수 있어

대학 언론 기자들은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다. 전북대학교 대학신문사인 <전북대신문> 기자들은 대학과 전라북도(전북)의 이야기를 기사에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문준혁 <전북대신문>의 편집장은 “우리의 영역인 대학과 지역에 관해 더 다루려고 한다”며 “기자들이 지역 사회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편집장은 지난해 9월 대학부 소속 기자였을 때 썼던 “르포 옛 ‘선미촌’과 현 ‘서노송예술촌’을 방문하다”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주시 서노송동 일원에는 1950년도 이후부터 성매매 업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 집결지 ‘선미촌’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했다. 이에 문 편집장은 ‘정말로 도시 재생 사업이 잘 이루어졌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취재를 시작했다. 일명 ‘유리방’이라고도 불리는 성매매 업소의 부지는 정리되지 않은 폐업소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문 편집장은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지역민들을 인터뷰하며 “전주시에 가지는 불만들을 들을 수 있었다”며 “발로 뛰었던 만큼 의미 있었던 기사”라고 말했다.

<전북대신문>에는 전북대학교를 나온 문화인들을 내세워 ‘가람이병기시·최명희소문학상’ 공모전을 연다. 이에 대해 문 편집장은 “지역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타 대학 학생들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전북대신문>이 주체가 되어 타 대학생들과 지역민들을 엮어주는 장이 된 것이다.

문 편집장이 대학으로부터 가장 지원을 받고 싶은 부분은 예산이다. 그는 “예산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취재를 포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대학을 벗어나 취재를 가야 할 때가 많다. 그는 “아직 학생의 신분이다 보니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교통비를 고려해야 한다”며 “기획을 낸 기자가 한정된 예산 때문에 기획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취재에 사용할 장비도 부족하다. 현재 기자 수가 총 11명인 <전북대신문>에서 보유한 카메라는 3대다. 문 편집장은 “사실상 쓸 수 있는 건 한 대로 봐도 무방하다”며 “카메라 한 대를 기자들이 돌려쓰고있다”고 말했다.

인력 또한 충분하지 않다. <전북대신문>은 학년별 체제로 1학년은 수습기자, 2학년은 정기자와 차장, 3학년은 부장과 편집장을 맡는다. 문 편집장은 “1학년 수습기자를 학기마다 5~6명 정도 뽑는다”며 “중간에 2~3명 정도 그만둘 것을 고려하여 더 뽑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자를 더 선발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예산과 인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학 언론 기자여서 겪는 어려움도 있다. 문 편집장은 “간혹가다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취재원을 만나기도 한다”며 “취재 중에 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많다”고 말했다. 문 편집장은 “남은 임기 동안 후회 없는 기사를 쓰고 싶다”며 “앞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취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종이신문은 독자를 잃어간다. 문 편집장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중요하고 선별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게 종이신문”이라며 “종이신문 발행의 전통성을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글 이의진 기자, 사진 한청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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