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 냄새가 나는 10만 원 주장은 IPCC(2018)에서 발표된 “지구온난화 1.5°C 억제를 위해 에너지 시스템 전환에 필요한 연간 총투자가(2016~2035년) 전세계 GDP의 2.5%”라는 수치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 국민들 평균 소득의 2.5%가 8.8만원/월이다. 에너지 시스템 외에도 여타 추가적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런 투자가 그냥 사라지는 돈이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으로 돌아옴 또한 감안하면 그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욱이 2030년 이내에 상당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그 비용은 급격히 증가한다. 지금 행동을 미루는 것은 10년 뒤 우리 스스로와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전가하는 지극히 미련한 짓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는가? 화석연료 기반 산업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와 같은 문제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멀리 바라보지 못하고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자들이 기후위기를 국경탄소조정제도 문제, 새로운 산업 육성, 기술경쟁력과 같은 먹거리 문제로 접근한다. 그렇지만 이런 복잡한 논리를 떠나 방대한 우주 안에 유일한 인류의 삶의 터전을 보존하는 일 앞에서 한 달에 10만 원이 아깝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요즘 국제 연료가격 상승에 의해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 이용량 감소, 더 효율적인 기술 발전을 위한 적정 요금이(전기 생산 원가+탄소배출 외부성)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된 것이다. 외부성을 고려하지 않은 원가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전기요금 앞에서 물가상승, 서민복지를 앞세워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021년 1인당 주택용 전기 지출액은 1.5만원/월이 채 안 된다. 이를 얼마간 올리는 문제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라 보기 어렵다. 요금인상은 향후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공기업 채무를 감소시키거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필요한 부담이라면 짊어져야 하며, 대신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조금 더 희생해야 하며,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눠질지에 대해 숙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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