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만개한 벚꽃을 뒤로하고 어느새 캠퍼스의 벚나무엔 푸른 잎이 무성하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 계절이 지나가는 건 어쩌면 다분히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영화 <봄날은 간다>는 두 남녀의 애정 어린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어떻게 보면 다소 진부한 로맨스 영화이다.

어느 겨울,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와 지방방송국 라디오 PD인 은수는 프로그램 제작을 매개로 인연을 맺게 된다. 둘은 여느 젊은 남녀와 다를 바 없이 너무나 쉽게 서로에게 빠지며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잠깐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상반된 연애관으로 인해 둘 사이엔 다툼이 잦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혼을 한 번 경험한 은수는 연애를 단지 가벼운 존재로 치부하는 반면, 연애에 다소 미숙했던 상우는 깊고 영원한 관계를 꿈꾸며 은수에게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개 우리네 모습도 그러하다. 너무나 급하고 쉬이 형성된 연인 관계는 모래 위 나성처럼 파도 한 방에 무너질 듯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고, 상반된 연애 가치관은 사소한 다툼을 만들어내기 십상이었다.

또한 사랑에 미숙한 상우는 이별을 맞이하는 방식조차 서툴렀다. 영화 후반 상우는 새 연인이 생긴 은수 주변을 서성이는 등 한마디로 ‘찌질한 전 남자친구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더군다나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을 무렵 설상가상으로 치매를 앓던 할머니마저 여의며 설움과 그리움으로 점철된 그해 겨울을 몹시 시리게 보내게 된다.

하지만 시린 겨울이 아무리 미워도 우리가 이 계절을 숙명적으로 나야 하듯, 상우는 이별 이후 자연스레 다가온 상실감을 온전히 받아들임으로써 앞으로의 따스한 봄날을 맞이할 준비를 다 한다.

상우와 은수 둘 모두 사랑의 모습이 그른 건 아니었다. 단지 상우의 사랑이 어리고 순수한 사랑이었다면 은수의 사랑은 이미 자라난 현실일 뿐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사랑엔 명확한 답이 없다. 사랑과 이별까지 일련의 과정은 한 사람의 내면을 굳게 성장시킨다.

<봄날은 간다>는 마치 기승전결이 확실한 부드러운 시 같은 영화다. 매해 반복되는 계절 속, 이따금 우리는 그 당시엔 지루함을 느끼며 소중함을 망각한 채 다 지나간 봄날을 그리워하곤 한다. 하지만 봄날이 지나가는 것은 그것이 다시 돌아오기 위함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언제나 불현듯 우리에게 다가왔고 또다시 앞으로 다가올 사랑, 진부하지만 이번엔 그것에 후회 없이 흠뻑 빠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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