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연·불교문화동아리 회장단 나서 징계 요구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강연, 광주시당 공동주관 밝히지 않아”
강연 말미 “입당 원서” 언급도 지적

팩트 “이 일로 제명 언급하는 것은 비상식적”
‘팩트를 지지하는 학생모임’ 225명 징계 반대 서명
지도교수 “일련의 사건 비화 과정 페미니즘 백래시”

전동대회에 게시된 총동아리연합회와 팩트의 입장문을 보고 있는 모습.
전동대회에 게시된 총동아리연합회와 팩트의 입장문을 보고 있는 모습.

페미니즘 중앙동아리 ‘F;ACT’(팩트)가 지난 1일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전동대회)에서 강등 조치 결정됐다. 팩트의 징계를 요구하는 안건에서 찬성 61표, 반대 7표, 무효 2표를 받아 징계가 확정됐으며, 징계 종류를 정하는 안건에서 강등 31표, 제명 27표, 경고 12표, 주의 1표, 기권 2표, 무효 1표가 나와 강등이 의결됐다. ‘팩트를 지지하는 학생모임’에서 진행한 서명운동으로 수집한 225명의 서명서가 게시됐지만 주요하게 언급되지 않았다. 중앙동아리에서 가동아리로 강등된 팩트는 전동대회에서 투표권을 박탈당하게 됐다.

팩트를 향한 징계 요구의 발단은 지난 3월 15일 팩트가 주관한 ‘청년 여성 정치를 말하다’ 주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초청 강연이었다. 이날 류 의원은 강연 말미 “저기 뒤에 입당 원서가 있다”며 “함께해 주신다면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고 또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강연에 참석했던 이영주(중어중문·21) 총동아리연합회장은 류 의원의 입당 제안 발언과 함께 팩트의 이날 행사가 청년정의당 광주광역시당과의 공동주관 행사라는 것을 시설물 이용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유태현(물리·19) 팩트 회장은 “광주시당과 행사를 함께 개최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으며 이는 행사 계획서를 보낼 때에도 기재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 회장은 “류 의원이 강연 중 입당 원서를 언급한 것은 맞지만 행사장 내 입당 원서는 없었고 우리는 사전에 청년정의당 측에 입당원서를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항변했다.

팩트의 징계 요구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때는 지난 4월 4일 전동대회에서다. 이날 회의에서 현재환(철학·18) 불교문화 중앙동아리 ‘마음쉬는곳’ 회장은 팩트의 징계를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 토론이 길어지자 이날 회의에서 징계 안건은 상정되지 못하고 폐회됐다. 이후 현 회장은 20개의 동아리 연서명을 받아 지난 1일 징계 요구안을 발의했다. 현 회장은 팩트의 요구안을 통해 “팩트가 청년정의당 광주광역시당과 강연을 공동주관한다는 핵심적인 내용을 미기재하여 교육시설물 사용과 관련한 학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중앙동아리 회장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학칙에서 금지하고 있는 외부 정치단체의 정치행사 개최를 주선했다”고 항의했다.

유태현 팩트 회장은 “신청서에 공동주관을 기재하였고 교육시설물을 담당하는 학생과로부터 소강당 사용을 허가받아 강연회를 진행했다”며 “여러차례 해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전동대회에서 “연사의 발언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며 이 일로 제명을 주장하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팩트는 입장문을 통해 “입당 원서를 강연장에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정의당 측의 요구에도 팩트 회장은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당시 학생과 소강당 담당자는 팩트에게 ‘소강당 사용 1년 금지’를 통보했다가 팩트의 항의를 받아들여 이를 철회했다. 학생과는 “이용신청서의 공동주관 미기재는 문제되지 않는다”면서도 “당원 모집 금지를 여러 번 강조했는데 이것을 어겨,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소강당 1년 사용 금지는 공식적 징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류호정 의원실은 입장문을 작성해 지난 4월 10일 총동연에게 메일을 전송했다. 류 의원실은 “팩트가 류호정 의원실에 입당을 권유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의원실과 팩트가 입당원서를 행사 장소에 배치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류 의원실은 “직접 참여함으로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직접 참여의 방식의 한 예로 당적을 갖는 일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팩트 지도교수인 추주희 HK연구교수(인문학연구원)는 “이 사안이 동아리 강등이 언급될 만한 문제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일련의 사건들이 비화되는 과정들은 페미니즘 백래시라고 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징계 요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는 과정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며 “동아리 문화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태현 팩트 회장은 팩트의 강등이 결정된 전동대회가 끝나고 “팩트 내부적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한 뒤 인터뷰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