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연구소(소장 신지원 사회학과 교수)는 전남대학교 부설의 작은 연구소다. 2000년 10월 여성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래, 젠더연구소는 시기별로 나름의 역할을 해왔다. 놀랍게도(놀랍다고 표현하기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해온 여타의 연구소들과 마찬가지로) 젠더연구소는 연구사업 수행을 위한 계약직 연구원을 제외하면 유급 전임연구원 한번 없이 20여년을 유지해왔다. 독립된 연구 공간과 서가(2009년 작고하신 故 장미경 교수님의 기증 도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장미경 선생님 기증 도서관’)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역대 소장 및 운영위원들의 지지와 노력, 연구소에 동력을 불어넣었던 학문 후속세대의 다양한 주제의 연구 수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젠더연구소 설립 이후로도 한국 사회의 여성운동 지형은 역동적으로 변화해 왔다. 성평등 법·제도는 진전했으나, 이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맥락은 더 복잡해지는 듯하다.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여성 내부의 차이, 다양한 소수자 집단과의 연대의 필요성, 그럼에도 페미니즘의 재부상에 대한 끊임없는 백래시, 신자유주의적 자기 경영이라는 ‘소명’에 매몰된 이들 간에 개인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갈등들이 젠더 논의를 둘러싼 지형을 굴곡지게 하고 미시적 수준에서 그 결들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드러낸다.

대학은 성 정체성과 성 정치적 지향성에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이어야 함과 동시에 학내 성평등 문화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는 공간이다. 성평등 교과과정의 안정적·체계적 운영, 젠더 연구자 및 학문 후속세대에 대한 지원은 이와 관련한 필수적 과제다. 학내에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과 공포, 성평등의 열망에 응답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고 싸우는 구성원들이 있다. 

젠더연구소는 이러한 고군분투의 일부인 취약한 주체인 동시에, ‘젠더’라는 실천 학문을 수행하는 책임성을 가진 주체다. 조건의 열악함과 무관하게 지역대학 연구소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지속해가고자 한다. 이는 여성단체나 여성정책기관과는 대별되는 방식으로 대학 연구소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우선 오는 4월 14일(오후 2시) “결혼과 시민권: 19세기 미국소설과 교차성”(발표: 한우리 HK연구교수)(전남대 BK21 국제이주와 디아스포라 연구단 공동개최)을 시작으로 정기 콜로키움을 지속할 것이다. 이는 타 지역 젠더연구자들과의 교류와 연대를 꾀하고,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지원하는 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담아내는 연구 및 교육 활동을 계획 중이며,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 학내 소모임 등과의 다양한 접속을 꾀하고자 한다. 젠더연구소는 분명 전남대학교 부설의 작은 연구소다. 규모와는 다르게 큰 비전이, 그저 열망에 그치지 않고 불씨를 재점화하는 연결의 부싯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을 이어가고자 한다.

김지영(젠더연구소 연구원)
김지영(젠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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