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학교의 ‘공정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학교에서 의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한 번쯤은 학교의 공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학교 현장의 교사는 교육에서의 공정성에 대해 인식하고 어떻게 적절히 실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교 교육을 받은 학생이자, 예비 교원의 입장으로 공정성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미시공정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입시 제도 중 정시 제도는 무엇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제도이다. 그러나 사회는 다양한 계층이 모여 구성되며 현대로 올수록 계층 간의 간극은 넓어진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상위층과 하위층에게 동일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교육에서의 공정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필자는 ‘우연적인 가정 배경의 차이에서 기인한 학습 격차’를 최대한 줄여 주는 것이 교육에서의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홀로 모든 경제적 어려움과 학업 과제를 해결할 때, 누군가는 개인 교사와 함께 공부 습관을 형성한다. 모든 학생에게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비롯되는 무기력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의 공정성이다. 

학교에서는 공정한 교육이 실현되고 있을까? 또, 실현될 수 있을까? 학교는 공교육의 큰 기둥으로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학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여 조건의 평등, 즉 미시공정성까지를 만족하도록 한다. 학교가 제공하는 커리큘럼이 없다면, 상위층만이 전폭적인 교육을 받아 계층 간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학교의 방학으로 인하여 저소득층 자녀의 학습 성과가 중산층에 비하여 저하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교육에서 학력 격차가 극화되지 않도록 보완재 역할을 하기에 학교 교육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 학교가 차별의 시작이 된다면 학교는 계층 재생산의 원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사실 한국 학교는 여러 차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광주에서 논란이 되었던 고등학교에서의 심화반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해 상을 몰아주고, 생활기록부를 조작한다. 대개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이며, 상위권 위주의 수업이 계속된다. 소수의 상위권이 자신을 위한 교육을 받고 성장해 나갈 때, 누군가는 ‘나는 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기력감과 열등감을 느낀다. 이런 소수를 위한 교육은 과연 공정한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나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다. 학생들이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야 한다. 한국 교육에 있어, 학교에서 그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지 없을지가 큰 갈림길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과정과 결과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과정에서의 성장을 위해서 자신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가 고안한 ‘꿈 일지’는 자신의 진로와 자아를 위해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하루에 한 번씩 짧게나마 적는 것이다. 이를 학교 생활기록부에 반영하여 과정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생활기록부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과 반영이 들어가야 한다. 또한, 결과에서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결과는 곧 학습 성취도이다. 학습성취를 위하여 취약계층 혹은 하위권을 대상으로 학업 멘토링과 방과후학교 수업을 실시해야 한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심화반은 있으나 하위권을 고려한 반이 없다는 것은 큰 차별이다. 완벽히 공정한 교육이 아니더라도, 공정하기 위한 노력을 끝없이 기울여야 한다.

교육사상가 에라스무스는 모든 인간은 이성이라는 씨앗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각각의 개별적 인간은 교육을 통해 이성을 발현하고 결핍을 치유하는 존재이다. 이 말은 곧, 단 한 명도 교육으로부터 소외 받는 학생이 없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더 나은 개개인으로 성장할 발돋움이며, 미래 사회를 밝혀줄 등대이다. 인문계 학교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특성화 고등학교, 대안 학교,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까지 모든 사람의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공교육의 중심인 학교가 발전하여 다양한 꽃을 피워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