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이용은 모든 시민의 권리다. 그러나 지난 23일 2개월 만에 재개된 지하철 탑승 시위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 대화 촉구 서울시청 1호선 출근길 지하철 탑승 선전전 진행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탑승을 시도했으나,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의 저지로 탑승에는 실패했다. 시위 도중 농성천막은 공사 직원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고, 활동가 두 명은 공사 직원의 폭력진압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그들이 정부의 무관용과 사람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계속하는 이유는 장애인 ‘이동권’과 ‘탈시설’ 때문이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은 턱없이 적게 배정됐다. 지난 12월 24일 정부 예산안 회의에서 6,500억 원을 증액하기로 합의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국 106억원 증액에 그쳤다. 약 0.8%만 증액된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도 확보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시민권 보장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포털사이트에 업로드되는 기사들은 약자들을 향한 혐오와 차별만 난무한다. 언론은 잊힐 수 있는 약자와 소외된 소수자의 목소리를 밝혀 알려야 한다. 혐오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 지하철 탑승 시위는 몇몇 언론에서 언급하는 ‘떼법’과 ‘민폐’가 아닌 장애인의 권리 예산과 입법을 향한 ‘권리투쟁’이다.

시민들 가운데는 장애인의 권리투쟁을 지지하면서도 타인을 방해하는 방식의 시위를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장연이 그들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지하철에 대한 시위를 진행하기 전에 비장애인 시민들이 장애인 이동권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었는지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출근길 시민들의 불만은 이동권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이 아닌 재정을 담당하는 서울시와 기획재정부를 향해야 한다.

지난 1월, 유럽 여행으로 런던에서 한 달을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애인이 지하철과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모든 지하철과 버스에는 휠체어와 유모차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내부에 휠체어 전용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작은 카페에 가더라도 휠체어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다. 휠체어 전용 칸과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제껏 목소리를 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내는 소리에는 분명 힘이 있다고 믿는다. 약자들의 외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 비난은 전장연이 아닌 그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묵인 중인 서울시로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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