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라는 제한된 영역서 발생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지난달 10일 파산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붕괴했던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주로 스타트업과 거래를 하던 은행으로 기술력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고 기업 지분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어 실리콘밸리 은행보다 약 7배 규모가 큰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시그니처 은행 폐쇄, 퍼스트리퍼블릭 예금 인출 사태 등 연이은 은행 위기 소식이 들리며 세계 경제 위기설이 불거졌다. 이에 김명수 사회학과 교수를 만나 금융위기의 원인과 조건에 대해 물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원인은?
김명수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금융위기라는 것은 1970년대 말 금융 중심의 자본주의적 축적 이후 반복적으로 있어왔다”고 설명했다. 2007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급격한 시장의 위축이 있었고 정부는 강한 개입으로 은행 파산, 가계 도산 등의 어려움을 막기 위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부실화된 채권을 인수하고 화폐를 시장에 푸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의 위기를 사회적인 위기로 전환하는 역사가 10년 동안 계속 있어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도래하며 우리는 겪어오지 못했던 방식의 위기를 맞았다. 거리두기와 경제 거래 중단, 공급망의 단절 등이 일어났다. 정부는 2007년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 양적 완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가계나 상공업자를 구제하는 방식으로 많은 화폐를 공급했고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런 방식으로 대응을 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이 되면 결국 시중에 화폐량, 유동성은 계속 늘어난 상태가 된다”며 “공급망은 단절돼있고 부채를 통한 소비가 일어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적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중에 풀린 화폐는 증권, 암호화폐, 신산업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주 거래 대상이었던 스타트업 또한 신산업이었다. 이렇게 코로나19 위기 이후에 ‘시장 붐’이 왔던 분야의 기업들은 주가가 올라가고 증권시장에서의 거래가 확산됐다. 여기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은 늘어났다.

실리콘밸리은행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금융기관 중 하나였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은행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인 미국의 국채로 가지고 있었다. 자산 대비 증권투자 비중이 23.84%인 미국 은행 평균에 비해 실리콘밸리은행은 56.68%였다. 채권은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이자율은 조금 낮은 증권 상품이다. 그런데 지난해 1월 기준0.25%였던 미국 금리가 올해 2월에는 4.75%로 사정없이 오르며 채권 가격이 내려가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업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고 결국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파산이라는 결과가 도래된 것이다.

금융위기는 언제 발생하나?
우리나라의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 국민에게 암울한 기억을 남긴 시간이었다. 그런 만큼 금융기관이 파산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겁부터 먹는 사람들이 많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산업과 관련된 금융활동을 하는 은행해서 발생한 제한적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관리를 한다면 여기서 위기가 그칠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보통 금리 인상은 급격히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금리가 급격히 올라갈 경우, 그 충격이 경제적으로 커지기 위한 결정적 조건 중 하나는 과잉 유동성, 바로 ‘거품’이 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큰 파동이 일어날 때는 기업들이 도산을 하는 등 상업 부분에서 생겨난 위기가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는 해당되지 않고, IT 기술주, 암호화폐 등에서 발생한 거품이 금리 인상을 계기로 과잉 유동성이 붕괴된 것이다. 즉,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자산가격 거품이 생겼던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자산 가격 거품이 형성되는 경우 금리 인상에 의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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