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랬다. 여름방학이라 심심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감독 박찬욱과 배우 이영애가 만들어내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을 했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도 그렇지만 이영애의 변신 연기가 무척이나 기대되던 참이었다. 기분도 낼 겸 서둘러 영화관을 찾았다.

팝콘이랑 콜라를 사들고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0여 년의 세월을 징역살이로 젊은 시절을 다 보낸 금자씨가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상대방 백 선생을 철저하게 죽인다는 내용 자체가 당연 기분 좋을 리는 없었지만 문제는 금자씨가 친절하다는 데 있었다. 천사 같은 미소와 행동 뒤에 ‘받은 만큼 드린다’는 것을 원칙으로 복수를 준비하고, 자신을 도와준 전도사에게 던지는 한 마디. ‘너나 잘하세요’

 

두 번째는 이랬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상호 기자의 ‘X 파일’이 굉장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에서 이를 앞 다퉈 다루기에 바빴는데 문제는 ‘X파일’의 기사내용보다 불법도청을 한 사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가 이래저래 얽히고설키다 보니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느니, 제3의 민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느니 해결책도 각양각색이다. 중요한 것은 옛 안기부 도청 테이프 파문에 대한 정치권의 해법이 이렇다는 얘기지, 정치권에 검은 돈을 건넸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X 파일’ 내용에 대한 조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때문에 검찰이 삼성이 대해 너무 무력한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법도청은 분명 옳지 못한 일이고 따라서 비판받아 마땅하나 이 뿐 아니라, 불법도청으로 인해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서 드러난 검은 돈에 대한 문제 또한 함께 조사받고 처벌받아야 함은 자명하다.

 

마지막은 이렇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용을 공개하고 수사를 진행해 정․경․언 유착의 과거사를 밝히고 우리 사회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법과 도덕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금자씨의 한마디가 우리에게 절실히 다가오는 이유는 뭘까. ‘제발 너나 잘하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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