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토론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교수들이 많아졌다.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참여자들 사이의 간극이 부각되기만 할 뿐, 대화를 통한 합의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에 정치적 입장, 성(性)인지 감수성, 기후 문제에 대한 달라진 인식들이 봇물 터지듯 등장하여 자칫 방심하다간 자신의 무지를 폭로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달라진 기준에 적응해야 하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가치관을 흔드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젠더 문제를 다룬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이성커플이 함께 봐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관람 후, 서로 다투고 사이가 멀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느 여학생은 남자친구와 있을 때는 아예 그 작품을 거론하지 않는다고 했다.

껄끄러운 주제에 대한 회피는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문제들이 사라질까? 갈등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진 표면적인 평화는 과연 얼마나 유지될까?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은 다양한 각도로 자주 논의되어야 한다. 이슈에 따라 결론 혹은 해답을 얻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빠른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진지한 태도이다. 문제의 함의를 이해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의 주제와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이다. 토론을 하다보면 어떤 문제들은 답이 뻔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그 정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심한 반론과 비판에 직면하고, 쉽게 위축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출할 결론이 과연 참여자들의 마음까지 담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나의 마음과 의도가 무시된 결과에 승복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이 자기가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토론은 남을 이기기 위한 싸움터가 아니라,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