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3학년도 학생회를 모집합니다!’, ‘4월 4~5일 단과대 MT를 진행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사람 많은 건 싫어.” 카톡에 떠오른 알림을 지우며 중얼거리던 당신은 문득 소녀를 떠올린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던 당신은 연락처를 살펴본다. 수능이 끝나고 만든 휴대전화에 등록된 사람은 50명 남짓. 그중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소녀의 연락처. 이름도 몰라 ‘소녀’라고 간략히 저장해 둔 상태다. 우우웅. 갑작스레 울리는 진동음. 당신은 단박에 전화를 받는다. “뭐 해.” 그때와 같은 음과 어조, 소녀다. “심심해서 게임하고 있어요.” “게임, 좋지 않아. 만나자. 내일 가능해.” 당신은 단정적인 어조에 당황하다 이내 질문임을 깨닫고 답한다. “네, 돼요. 만나요.”

당신은 공대 스튜던트 라운지에서 소녀와 만난다. “왔어.” 안녕하냐는 물음도 없이 본론부터 말하는 것, 소녀의 특징이다. “넌 23학번이지.” 당신은 고개를 끄덕인다. “난 22학번이야.” 당신은 놀란다. 당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소녀가 선배라니. “간혹 영재라고 불리기도 해. 난 소미야.” 소녀가 싱긋 웃는다. 당신은 줄곧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다. “저기, 선배라도 초면에 반말은 그래요.” 소녀는 피식 웃는다. “반말이 아니라, 평어. 존대어가 존중을 담는 게 아냐. 그저 위계를 나누고 거리감을 만드는 표현이야. 평어에도 충분히 존중을 담아 말할 수 있어. 널 무시나 비하하지 않아. 짧은 표현으로 더 전할 수 있는 어미일 뿐이야.”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당신은 입을 벌린다. “존대어는 그저 편해서 쓰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 당신은 존대어를 사회에서 교양을 내비치는 수단으로 사용해온 거다. “너도 사용해. 평어는 존대보다 더 가치 있어.” “어, 그럼...” 머뭇거리던 당신은 이내 소녀에게 말한다. “소미, 안녕.” 당신은 대학교에서 말을 처음 놓아본다. “나중에 내 친구들도 소개해 줄게. 같이 놀자.” “그래. 조, 좋아.” 평어가 익숙하지 않은 당신은 어색하게 답한다. 당신의 처음 외로움은 이미 날아간 뒤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당신은 소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주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는 말을 들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하는 게 사회로 나간다는 느낌을 받아서 주저하게 돼요.” 소녀가 당신의 눈을 살핀다. “하기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그렇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너는 완전히 무시하지 못해. 돈이 필요하면 높은 성적을 취득해 장학금 신청을 하거나 멘토링이나 과외 활동을 해. 아르바이트의 두세 배는 받을 수 있을 거야. 서포터즈 활동도 좋아. 이런 활동들은 돈도 돈이지만 대외활동 경력이 돼. 네가 성공하게 되면, 너와 같은 이에게 자선사업을 할 수도 있어. 중요한 것은.” 소녀가 당신의 눈을 본다. “지금의 네가 그 위치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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