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말은 수십 년 전,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어느 중학교 3학년 학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각색한 영화(1989)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람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던진 어느 중학생의 호소는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이후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영화가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고, 그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 지위를 획득했고, 국가적 위상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교육에서만큼은 ‘선진국이 맞나’하는 의문이 남는다.

2021년 ‘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 22개국 중 22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입시 압박의 고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성적 비관 등의 이유로 해마다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 행복한 삶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나 꿈꾸라는 사회적 억압이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개봉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시를 둘러싼 여러 문제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다. 특히 2018년에 방영한 드라마 ‘SKY 캐슬’(JTBC)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양산해냈고, 또 한 번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시적 현상일 뿐 무언가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인서울-지거국-지방대’로 이어지는 촘촘한 대학 서열 체제 속에서 더 알려진, 더 인기 있는, 더 유명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열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 그래야 학생은 유능한 학생으로, 교사는 능력 있는 교사로, 학교는 명문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누가 만들었는지도 불분명한 대학 서열을 마치 주기율표 암기하듯 외운다. 또한 학교에서는 시험과 평가를 통해 공부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뚜렷이 구분 짓는다. 즉, 두 그룹 간 혜택을 달리하며 상위권에게는 우열반 편성과 개인 자습실 부여, 상위권 상 몰아주기 등을 통해 하위권과의 의도적 불균형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모습은 가장 평등해야 할 학교의 비뚤어짐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학교에서 학생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기 보다는 성적으로 차별하는 학교와 사회에 대처하는 법을 빠르게 습득해가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학교 현장에서 자행되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교육제도의 문제로 치부하여 대입 전형을 수정하는데 열을 올릴 뿐이었다. 이때 문제의 핵심을 ‘한 줄 세우기’로 보고 ‘여러 줄 세우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어학 및 체육, 과학특기자, 논술, 학생부종합평가 등 전형을 크게 늘렸던 적도 있다. 하지만 줄의 수가 늘어날수록 학교에서는 주변 친구보다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만 늘어날 뿐 본질적인 교육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유·초등까지 내려왔을 뿐이다. 대학입시는 대학에 들어가는 ‘줄의 수’가 아니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인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입시 정책의 국제비교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교육 선진국은 경쟁을 통한 학생 선발보다는 일정한 기준이 되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우리나라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입시 부담과 여러 고통을 양산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불리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선언하는 말이다. 국가의 발전을 이끌어갈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교육제도를 바꾸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교육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간다면 보다 행복한 교육의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드시 교육 선진국으로서의 모습이 갖춰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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