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혀있는 개구리가 불쌍해요”
패밀리랜드 내 벅스랜드, 전문 사육사 없어

우치공원 동물원 재규어가 철제우리 안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
우치공원 동물원 재규어가 철제우리 안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

가로, 세로로 두 뼘 반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개구리들이 갇혀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 위치한 담양에코센터의 개구리생태공원에는 3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비오는 날 길에서 마주했던 개구리들은 늘 폴짝 뛰었다. 개구리생태공원의 개구리들은 뛰기는커녕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개구리생태공원에 있는 개구리. 
개구리생태공원에 있는 개구리. 
개구리생태공원 내부.

개구리생태공원은 2019년 9월 개관했다. 2020년도 담양군이 입은 수해로 인해 운영이 잠시 중단된 이후 작년 8월에 다시 개구리들이 들어왔고 재개관했다. 개구리는 어디서 데리고 오냐는 기자의 물음에 개구리생태공원 관계자는 “개구리들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 들어오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태관을 관리하는 직원이 일주일에 2번 정도 귀뚜라미, 애벌레 등의 먹이를 준다”며 “물은 자동으로 순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조 안에 물은 순환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어 관계자는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가 아니라 열대 개구리여서 사람들이 신기해한다”며 “이는 담양군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딸과 담양 메타세쿼이아길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개구리생태공원을 발견해 들어왔다는 김희영씨는 “자연 속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갇혀있기 때문에 우치공원 동물원도 가지 않는다”며 “개구리같이 작은 동물은 아이들이 갇혀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기에 교육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초등학교 6학년 이현수씨는 “갇혀있는 개구리들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북구에 위치한 패밀리랜드 내 벅스랜드에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이 우리에 갇혀있었다. 벅스랜드에 처음 들어오자마자 나는 매캐한 냄새. 오래된 풀과 사료가 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를 따라 뒤를 돌아보니 돼지들이 울타리 안 좁은 공간을 빙빙 돌고 있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간식’을 사람이 주면 고개를 내밀고 먹기도 했다. 악취의 원인은 돼지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내부 가운데에 위치한 새장 모양 그물 안에는 새들이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먹이를 쥔 손을 그물 안으로 넣어 새들에게 뻗는다. 그 옆 철장에는 다람쥐 여러 마리가 뛰어다니고 거북이는 땅을 기며 주변에 있는 조명 전선을 물어뜯고 있었다. 염소는 토끼와 같은 공간을 쓰며 사람이 다가오자 목을 빼고 풀을 받아먹고 있었다.

패밀리랜드 내 벅스랜드에 있는 동물들. 
패밀리랜드 내 벅스랜드에 있는 동물들. 

벅스랜드 안에는 고양이 방이라는 공간도 있다. 고양이가 있는 고양이 방은 10분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온다. 고양이 방 유리창에는 구멍이 있다. 그 구멍 근처에 있는 고양이에게 침을 뱉고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이런 아이를 제어하는 보호자도 벅스랜드 관리자도 없었다. 고양이는 그렇게 학대당했다.

벅스랜드는 작년 9월 개장했다. 유연이 벅스랜드 총책임자는 “평일에는 학교, 유치원, 학원 등에서 찾아온다”며 “주말에도 700명~800명 정도가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은 30여종, 앵무새만 100마리다”며 ”곤충들까지 하면 200마리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돼지, 염소, 다람쥐, 새, 거북 등 동물들이 있었지만, 전문 사육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동물 관련 학과를 졸업한 한 명과 8명의 직원이 많은 동물을 관리하고 있다.

아이 2명과 함께 온 윤영선씨 “아이는 즐거워하지만, 염소와 돼지가 실내에 있어서 마음이 안 좋다”며 “고양이 방에서는 아이들이 고양이를 괴롭혀 마음이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애들이 좋아하니까 왔지 다신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인 소개로 왔다는 김은지씨는 “애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은데 갇혀있는 동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며 “광주에 아이들과 함께 갈 곳이 없어서 왔다”고 말했다. 김지희씨는 “개장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수선하고 관리가 되지 않은 느낌이다”며 “다음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벅스랜드를 들어오는 사람이 직원에게 물었다.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직원은 말했다. “소동물 체험관이에요. 실내 동물원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치공원 동물원의 상황은 어떨까. 3월 초 따뜻한 날씨의 주말이어서인지, 우치공원 동물원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많았다. 동물원에 들어서자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해 조류 관람을 제한한다”는 광주광역시의 안내판이 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조류’ 근처를 지나갔고, 관리하는 사람도 없었다.

녹이 슨 철창. 원숭이들이 갇혀있던 공간이었다. “현 동물사는 동물복지를 위해 전시를 중단합니다.” 원숭이 전시만 중단한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몇 발자국 더 걸어가자 다른 공간에 갇힌 원숭이들을 볼 수 있었다. 가둬놓은 공간만 바꾸면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웅성이는 사람들의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공중에 떠 있는 철제 우리에 재규어는 갈피를 못 잡고 서성였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재규어 심기가 안 좋아.” 공중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재규어를 보며 지나가던 사람이 말했다. 기자가 2시간 후에 다시 재규어 근처를 지나갔을 때도 드넓은 자연에서 뛰어야 할 재규어가 좁은 철제 우리만 배회하고 있었다.

날이 좋아서 동물원에 왔다는 서유선씨는 “동물들이 힘이 없어 보인다”며 “동물들이 살기에는 환경이 열악하고 너무 좁아 자유가 없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밀림의 왕 사자는 우치공원에서 왕좌를 잃고 지친 지 오래됐다. “뿔 자른 거 아니야?” “자기들끼리 싸우니까 뿔을 잘랐나봐.” 사슴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말했다. 사슴은 모두 뿔이 잘려있었다. 또 다른 행인이 걸어가며 말했다. “나는 나중에 또 오라고 하면 못 오겠는데. 짠해서. 동물들이 안에 갇혀있으니까.”

대한민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한화 여수 아쿠아플라넷. 해당 수족관은 교육 목적의 체험 학습과 여수 여행 시 가보아야 할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아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특히나 여수 아쿠아플라넷 하면 떠오르는 흰 돌고래 벨루가는 방문객들에게 일종의 ‘하이라이트’다. 몇 년 전만 해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거제씨월드에서 볼 수 있던 벨루가는 연달아 폐사하며 안일시 되어왔던 수족관 동물권 보장에 관한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자연 상태에서 수심 700m 아래까지 유영하며 복잡한 무리 생활을 하는 고래들은 작고 좁은 콘크리트 수조를 견디지 못해 폐사하거나 장애를 얻게 된다. 현재 여수 아쿠아플라넷에 있는 ‘루비’ 역시 좁은 사육환경 때문에 척추 곡만증을 겪고 있다. 그 때문일까? 루비는 별다른 큰 움직임 없이 물 위에 꼿꼿이 서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수조 역시 매우 협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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