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수술로 왼발에 통깁스를 한 지 한 달이 됐다. 개강하고 목발을 짚으며 학교에 다닌 지는 어느새 3주째가 되어가고 있다. 벌써 3년째 다니고 있는 대학교이고 매번 갔던 건물과 강의실을 거닐지만,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졌다.

미로 같고, 굴곡져 있어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었던 캠퍼스는 이동하기 버거운 장소로 다가왔다. 목발을 짚는 나에게는 자꾸만 불편함이 비쳤다. 몇 개 안 되는 계단도 짧은 오르막도 잠깐 한눈팔면 다치기 십상이었다. 단순한 출입문조차도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어 불편했다. 어깨나 등을 이용해 문을 밀며 출입해야 했다. 사소하고 잦은 불편함이 모든 곳에 즐비했다.

자주 이용하는 인문대 1호관의 화장실은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해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싶을 때면 적지 않은 수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더군다나 승강기가 없기 때문에 목발을 짚는다면 직접 계단을 올라야 하고,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아예 오갈 수도 없다. 진리관의 승강기는 각각 짝수 층과 홀수 층용 2개다. 그러나 이 승강기에 우선순위는 없다. 휠체어를 이용해도, 발이 아파도 줄 서서 승강기를 기다려야 한다.

한편, 사회대의 화장실은 자동문으로 버튼을 눌러 출입할 수 있었다. 갖추어진 시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편리함은 이 자동문, 단 하나였다.

우리 대학은 여전히 모든 대학생을 위한 곳은 아니다. 목발을 짚는 학생,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 안내견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학생 등 모든 대학생을 배려해주지 못한다. 승강기가 없는 단과대 건물은 7개나 있다. 몇 달 전 기사에서 읽은 2025년까지 학내 주요 시설의 승강기 설치를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말이 더 이상 잘 와닿지 않는다. 이제 그런 말들은 내게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라고 들릴 뿐이다. 목발을 짚으며 다닌 지 3주밖에 안 된 나마저도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2025년이라니. 너무 먼 미래다. 가려운 곳이 생기면 바로 긁듯, 이러한 불편도 빠른 해소가 필요하다.

우리 대학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단순히 전체적인 통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문대와 사회대, 진리관만을 이용하는 내게 3주간의 학교는 사회대 화장실의 자동문을 제외하고, 불편투성이였다. 그렇기에 숲이 아닌 나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하나 각 학내 시설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불편을 느끼고, 필요를 요구하는 단 한 명의 학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단 한 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한 명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역설적으로 비로소 모두를 위한 학교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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