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한다. 이른 봄 햇살과 함께 모처럼 마스크를 벗은 활기찬 캠퍼스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학교 안팎의 현실은 여전히 어둡고 차갑게만 느껴진다. 고금리 고물가에 실질 소득이 줄어든 지 오래고, 지난 겨울 난방비도 치솟아 지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대학가의 식당들도 최근 음식값을 올린 곳이 적지 않아, 부쩍 늘어난 생활비에 부담을 느낄 우리 대학 학생들과 가족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제난만이 아니다. 인류는 이제 '위드 코로나'의 환경에 적응하게 된 듯하지만, 인간의 자연 파괴가 초래한 또 하나의 재난인 기후변화는 여전히 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 지역에서 오래 지속되고 있는 가뭄도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 여러 위기 상황과 맞물린 학령인구 감소 현상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지역 대학들을 목 조르고 있다. 설상가상 자동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SF와 같은 미래 세상을 거침없이 열어 보이는 반면,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현실적 공포를 키우고 있다.

위기의 상황일수록 근본을 향해 천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단기 처방도 중요하지만, 대학, 곧 ‘큰 배움’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대 전환에 대한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모색을 요구한다. 캠퍼스 안팎의 위기 역시 세계사적 전환과 전지구적 범위의 정치경제적 쟁점들과 얽혀 있어, 치열하고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스케일이 큰 근본적 고민을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의 실마리에 접근하기 어렵다. 대학이라는 지성적 공간에 부여된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위기의 시대지만 캠퍼스의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전남대 홍매’가 필 무렵이면 캠퍼스에도 봄기운이 완연해질 것이다. 전남대의 봄은 위기의 시대일수록 지성의 숨결로 새로운 대안적 세계를 열어 보였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전남대가 역사 속에서 발휘해온 위상과 역할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기대되는 오늘이다. 위기의 시대, 새 학기를 여는 우리 대학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강의실 안팎에서 ‘큰 지혜’와 ‘큰 배움’을 실현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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