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중심지, 전남대학교! 3년간의 결실은 당신을 꿈에 그리던 전남대학교에 합격하도록 만들었다. 그토록 바라던 자취까지 하게 된 당신은 드디어 오늘, 수강신청을 하러 근처 PC방에 방문한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에 비집고 들어가 자리한 당신은 서둘러 홈페이지를 켜 하염없이 기다린다. 56, 57, 58! 여기저기에서 들어온 조언에 따라 58초에 마우스를 클릭한 당신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페이지에 당황한다. 그러나 지금 시각은 01초, 당신은 서둘러 다시 클릭한다. 화면이 정지된 듯한 착각이 든다. 당신의 앞에는 무려 2,000여 명의 학생들이 대기 중이다. 도저히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1여 분이 지나고 예상 대기시간이 01초 남은 순간, ‘해당 학년의 수강여석이 없습니다. 주관학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메시지를 보고 당황한 당신은 다음 과목 수강신청도 놓치고 만다. 다행히 교양 하나와 전공선택 2개, 전공필수 하나의 과목은 성공했다. 그런데 이런, 당신의 표정은 좋지 않다.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본다.

당신의 눈앞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뭐 해.” 한 소녀다. 당신의 시선의 끝이 소녀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소녀의 기운에 눌린 당신은 존칭을 쓴다. “네? 저, 수강신청을…” “실패했어.” 소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당신은 당신을 올려다보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서 그제야 질문임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울해할 거 없어, 이 학교의 수강신청은 누군가는 떨어지는 구조거든. 다른 어떤 학교도 마찬가지야.” 소녀의 단정적인 말에 벙찐 당신은 가까스로 대답한다. “음…. 그렇죠?” “그래, 네 잘못이 아니라 경쟁하게 만드는 사회에 대해 분개해야 해. 동일한 등록금을 내고도 같은 수업을 듣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 말이야. 그렇지만 분노만 있어서는 안 돼. 구조를 개혁하려는 정신, 유난히 몰리는 과목의 확대나 수강신청의 변화를 요구해야 해. 능동적으로 살아야 해.” PC방에서 들을 만한 말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당신에게 소녀가 덧붙인다. “그렇지만 사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아. 시스템 하나 개편하는 것도 아직 이뤄지지 않는 걸 보면.” 소녀가 숨을 고른다. “구조가 바뀌기 전까진 구조에 최선을 다해, 그래야 버틸 수 있어.”

소녀는 당신을 쳐다보곤 대뜸 말한다. “전화번호.” “네?” “달라고.” 다짜고짜 휴대전화를 가져가 번호를 입력하며 말한다. “공통 기간을 노리는 거야. 학과실에 전화를 한다든지. 정정 기간에도 접속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뚜르르 뚜르르. 소녀가 전화를 건다. “다음에 또 봐.” 소녀가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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