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보다 부담 적고 소소한 벌이 가능

취미나 재능으로 돈을 버는 N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능을 판매한다고 하면 대단한 능력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초보자의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재능 거래 플랫폼’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특히 돈을 벌고 싶지만 학업 등의 이유로 전업 노동이 쉽지 않은 학생들이 가볍게 시도해 보기 좋다. 김명수 사회학과 교수는 “재능 거래 플랫폼이 기존의 노동시장이나 구인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탈퇴가 용이하기에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며 “인격적으로 대면하여 지시할 사람이 없기에 반복적이고 강제적인 부담이 덜한 것으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플랫폼은 개개인들이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탈잉’ ‘크몽’ ‘숨고’ ‘크레벅스’와 같은 플랫폼들이 예시다.

그중 하나인 ‘긱몬’의 이번 달 3일 기준 등록된 재능 건수는 약 6만 4,000건이다. 긱몬을 이용 중인 20대 ‘두두’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든 재능을 사고팔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앱을 설치하게 되었다”며 “알바처럼 부담이 되지도 않고 큰 노력이나 기술이 없이 소소하게 돈을 벌 수 있어서 사용한다”고 말했다. 긱몬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 재능은 ‘포토샵 사진 보정’ ‘동영상 편집’ ‘문서 작성’이다. 이와 함께 ‘패션 코디 추천’ ‘타로 상담’ ‘연애 상담’등도 활발하게 거래됐다.

코딩부터 심부름까지

재능 거래 플랫폼의 특징은 강제성이 없고 원하는 의뢰 선택이 자율적이라는 것이다. 학업과 기자 활동을 하며 아르바이트 할 시간 없이 바쁜 기자에게 간단히 타인과 거래할 수 있는 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에 직접 긱몬에 의뢰를 올려 수익을 얻어보기로 했다.

먼저 앱의 생태계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의뢰가 올라오는지 살펴봤다.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로 하는 ‘코딩해드립니다’나 ‘영상 편집해드립니다’부터 웬만한 사람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강아지 산책시켜 드려요’ ‘심부름해드려요’ 등의 의뢰도 있었다. ‘인스타 팔로워를 늘려드린다’는 의뢰도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원하시는 축가 불러드립니다~!’였다. 우리 대학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라는 ‘신선한딸기우유’는 전공을 살린, 말 그대로 재능을 판매하는 중이었다.

뭐든지 다 들어드립니다 비밀 보장!

앱을 둘러보았으니 이젠 직접 의뢰를 올려 보기로 했다. 홈 화면 하단의 ‘긱 등록’을 선택하고 제목, 카테고리, 가격, 설명을 입력했다. 기자는 그동안 인터뷰를 했던 경험들을 살려 ‘고민 들어드려요’를 의뢰 제목으로 정했다. 비밀 보장 완수라는 의뢰 설명을 쓴 뒤, 같이 올라갈 사진을 골랐다. 사람들이 의뢰 사진을 보고 경계를 풀 수 있도록 귀여운 토끼 일러스트를 등록했다. 기자가 살펴본 고민을 들어주는 의뢰는 돈을 거래하지 않고 들어주는 ‘재능기부’부터 시간당 5,000원까지 다양했다. 기자는 전문적인 상담사는 아니므로 가벼운 고민을 들어주자는 마음으로 가격은 100원으로 설정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장이 생긴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고민을 들어달라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약 2주가 되었을 무렵,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채팅 알림!:두두:안녕하세요 고민이 있어용 제가 20살 때 취업을 해서 친구들과는 달리...” 바로 읽어보니 20살 때 일찍 취업하여 돈을 벌고 있어서 친구들 생일에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혹시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하냐는 내용의 고민이었다. 마침 기자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 있어, 걱정 말라는 답을 했다. 돌아온 답은 이렇다. “정성과 부담 사이의 적정선을 찾아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더 간단했다. 거래가 끝나고 계좌에 100원이 들어왔다.

큰 수익 기대하긴 어려워
약 2주 동안 긱몬을 사용하면서 느낀 바는 대부분 가벼운 마음으로 의뢰를 올린다는 것이다. 두두는 “재능이나 기술을 파는 플랫폼으로 ‘아이디어스’라는 곳도 있는데 그곳은 전문가가 많고 절차가 복잡해 부담스럽다”며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편하게 등록해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돼서 좋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돈을 버는 기쁨은 있었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앱 내에서 의뢰를 홍보할 수단이 크게 없기에, 의뢰를 올린 뒤 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의뢰인이 오길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또한 고민을 들어드린다는 의뢰는 이미 올리는 사람이 많았기에 특별한 재능이 없는 이상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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