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토끼는 기지가 빛나는 영민한 동물입니다. 달나라 계수나무 아래서 불로장생의 영약을 찧고 있는 모습으로 더욱 친숙합니다.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 색이 조화를 이루는 해이니만큼 어려움이 있더라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심각한 기후위기와 창궐하는 감염병, 끔찍한 전쟁 등으로 인해 인류공동체의 소중한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을 목도했습니다. 경제대국들의 대결 속에서 형편은 어려워지고, 안타까운 사고들도 이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도 염려와 우려를 딛고, 미래를 향해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전남대학교도 지난 한 해 맡은 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며, 진리를 추구하고 도전으로 창조하며, 지식으로 봉사하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섰습니다. 인공지능(AI) 중심도시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양성할 ‘데이터사이언스전문대학원’을 개설했습니다. 여수캠퍼스에는 ‘창의융합전공’을 신설하고, ‘융합전공’ 설치를 강화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연구 과제를 무려 3천여 건이나 수임하며, 거점국립대 최초로 연구비 수혜액 2천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SCI급 논문도 667건에서 804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등 연구자친화형캠퍼스로서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지역혁신의 주체로서 현안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었습니다. 반도체 특화단지조성추진단의 인력양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지역혁신플랫폼사업의 주관대학으로서 지역대학과 자치단체가 공생 발전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양산해 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개교 70주년, 창학 113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되새기며, 기념행사와 학술대회, 음악회 등 풍성한 축제를 함께하며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하고 상생발전에 동행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새해에는 대학 환경에 변혁의 물결이 더욱 격하게 몰아칠 것입니다. 각종 규제 완화와 함께 무한경쟁 시대가 예견됩니다. 정부의 예산지원 증액만큼 책임도 커질 것입니다. 추가 재정지원사업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계획적인 예산집행으로 거버넌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육성사업의 일원화에 대비한 사업구조 개편도 선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핵심대학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올해도 우리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대학의 사명인 교육과 연구를 통해 미래인재를 양성하며, 시대가치를 창출해 나가야합니다. 그러기 위해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돈독히 하고, 과학기술은 물론 인문. 철학 등 기초학문을 육성하는 ‘건강한 학문공동체’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광주전남과 공생을 위해 연구실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뒷받침하고, 취·창업을 독려하며, 지역의 핵심특화산업 활성화와 청년들의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거점대학으로서 미래사회를 그릴 수 있는 거대 담론을 이끌며, 앞선 지식, 뛰어난 기술, 우수한 인재를 공유해야 합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원대한 미래 전략이 시급합니다. 대학 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모든 사안과 사업에 대해 깊고 세밀하게 검토하고 기획하면서, 사안의 본질을 간파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을 수립해야합니다.

심모원려(深謀遠慮). 멀리 내다보고 깊게 도모하는 새해를 열어갑시다. 진리로 이끈 70년 역사의 저력을 동력삼아, 미래 100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3년 1월 1일
전남대학교 총장 정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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