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이하는 2월과 8월에는 수강신청을 통해 한 과목이라도 더 담고자 치열한 사투가 벌어진다. 당일이 되면 사양 좋은 PC방을 찾아가는 학생도 있고, 포털사이트(ex. 네이버, 구글)에서 초침이 있는 시계를 틀어 일분일초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기도 한다. 이는 흡사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전시회나 공연(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광(狂)클(Click)’(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함을 뜻함)하는 팬의 모습처럼 보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동안 학생들은 매학기 수강신청을 할 때마다, 듣고자하는 과목을 사수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이러한 현상은 수강신청이 선착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순간, 주변에서는 ‘큰일 났다’ 등의 한숨 섞인 탄식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한 모습이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강신청이 선착순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모습을 반영하듯 항상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수강신청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2022학년도 2학기 전남대학교 4학년 수강신청 당일 포털 서버가 마비됐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떠한 공지도 없이 몇 시간을 그대로 방치하며 학생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몇 시간이 흐른 뒤 서버 마비라는 공지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분노를 여가 없이 표출되었다. 이는 학교의 미흡한 대처와 약 2.1만 명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 관리에 대한 실망과 허탈함이 뒤섞여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있어, 수강신청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학교는 선착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희망과목 예약기간과 고학년(4학년 이상)에서 저학년(1학년) 순으로 수강신청 기간 세분화, 폐강과목 확정 및 정정기간, 수강 취소기간 등 체계적으로 학사 일정을 나누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강 인원 제한으로 인한 ‘선착순’ 방식의 구조적 한계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첫째, 수강신청에 실패하면 인원이 증원하지 않는 이상 수업을 듣지 못한다. 보통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학과실은 물론, 교직부, 교수님께 개인적인 메일을 보내 인원 증원을 부탁드리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대학 측에서 개설 강좌를 늘리고 강의의 질을 평준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2019년 8월에 강사법이 제정된 이후, 대학의 강좌 수는 급감했다. 교육부는 강좌 수 감소를 막기 위해 2021년부터 대학 기본 역량 진단에 ‘총 강좌 수’ 지표를 추가하고, ‘강의 규모의 적절성’ 지표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평가 지표가 추가된다고 해서 선착순 시스템의 한계가 극복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강좌 공급은 대학의 재정적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즉각적인 변화를 꾀하기란 어렵다.

둘째, 포털의 서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강 신청 기간에 동시 접속자들이 많다 보니 서버가 지연되거나 차단되어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불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학생 수 이상의 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는 원활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강의를 사고파는 강의매매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강의매매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장면을 매학기 발견하는 본인으로서는 ‘수업을 듣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진정 이게 맞는 것인가?’하는 자괴감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낀다.

넷째, 오로지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시스템이 문제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존재한다. 수강신청을 실패했을 때(결과)에 그 책임이 과연 학생에게만 있는 것일까? 현재 수강신청 시스템은 여러 한계점이 있다. 관련 과목을 수강하기 원하는 희망인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희망과목 예약기간 탭에서 장바구니에 담은 인원을 확인하고 돌아오고 다시 확인해야하는 다소 불편한 상황이다. 신청 당일의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습이다. 또한 희망기간에 담았던 목록을 학생들이 마음대로 배열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수강신청 당일 어떤 수업을 먼저 선택해야 할지 고심하게 된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선 ‘대기 순번제’나 ‘취소 지연제’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수강신청의 구조적 문제는 학생들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 시 발생하는 손해는 모두 학생들이 감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보다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수강신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신청 방식에만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현존하는 선착순 방식은 과연 공정한 제도인가?'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수강신청의 문제점이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다수의 대학이 겪고 있는 문제인 만큼 시스템 점검과 관련 연구는 필요해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수강신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틀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