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81,809.”

이 숫자는 하나하나의 생명입니다. 더 자세히는, 우리나라에서 일 년간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가는 한 마리 한 마리 새들의 수입니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새들은, 인간이 만든 유리창 앞에서 날개가 꺾여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투명 유리창은 미관상 아름다워서, 채광에 용이해서, 건축 구조상 안정적이어서 등 여러 이유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투명 유리창이 하루 약 2만 마리의 생명을 빼앗아 간다면, 과연 아름답게만 보일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조류의 유리창 충돌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세기 이후, 조금 더 앞서서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건축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건물, 그리고 그 건물을 장식하는 투명한 유리창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었죠. 지금까지 하늘은 새들의 전유물이었지만, 하늘에 닿을 듯 새로운 바벨탑을 쌓은 인류는 높은 하늘까지도 새들에게서 모두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새들에게 비극으로 다가왔습니다. 진화의 역사에서 새들은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도록’ 진화했지, ‘유리창을 피할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서는 넓은 공간을 보고, 빠른 속도로 날 수 있어야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새들은 비행 중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투명한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빛 반사 및 투과가 가능한 유리창은 새들에게 빈 공간으로 인식되거나 넓은 하늘이 그대로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결과, 빠르게 비행(36~72km/h) 중인 조류는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 등 부상, 폐사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렇게 새들은, 인류가 새로이 쌓은 바벨탑의 차가운 유리창 앞에서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류의 고층 건물 등 투명 구조물 충돌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연간 1억 마리에서 10억 마리의 조류가 폐사하고 있으며, 특히 철새들의 이동시기에 많은 수가 집단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800만 마리의 조류가 폐사하고 있으며, 매년 새로운 개발로 인해 폐사 개체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조류 유리창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국조류보전협회 등에서는 유리창에 5×10 도트무늬 스티커를 부착, 조류가 회피할 수 있는 패턴을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대책>의 수립 및 추진 등을 통해 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방지하려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금전적인 이유로, 미관상의 이유로 아직도 많은 유리창이 하늘로 솟아오르지만, 새들의 생명에 대한 관심은 뒤로, 또 뒤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돌아볼 때입니다. 자연에 두 발 앞섰으니 우리도 한발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주현(생태학 박사, 동물행동생태연구실)
이주현(생태학 박사, 동물행동생태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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