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전 광주는 쿠데타 군부에 저항했다. 시민들은 불법 권력 탈취를 비판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공권력과 투쟁했다. 민주화를 향한 10일간의 외침은 역사가 되었다. 광주로부터 약 3,400km 떨어진 미얀마엔 42년 전 광주시민들처럼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투쟁은 오늘로 650일째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3일 소수민족 행사장을 공습했다. 민족 무장단체는 공습으로 5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군부에 의해 민주화 운동가 4명의 사형이 집행되기도 했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 리안 흐몽 사콩 연방장관은 지난달 방한해 투쟁이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했다. 그는 군부독재를 극복해낸 대한민국 국민에게 ‘미얀마를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잊지 않는 마음은 중요하다. 5·18 민주화운동도 다양한 방식으로 분명히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회의 민주화운동을 단순히 ‘5·18을 뒤따라오는 것’이라 여긴다면, 민주화 운동은 과거의 승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적 고민도, 한국 내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모두 사그라드는 것이다.

군부독재가 저물고 대한민국 국민은 민주주의 준칙 아래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했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당연해졌고, 이를 주도했던 학생들은 다시 ‘학업’이라는 본래의 임무에 집중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무관심 속에서 한동안 방치되었다. 권력은 공백을 허락하지 않았고, 국정농단을 일삼는 대통령이 자리에 앉았다. 불과 6년 전 우리는 ‘망각’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경험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행적을 돌아보고, 이를 자기비판과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거의 승리’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재현하고 논의해야 한다. 미얀마에서는 과거 로힝야족 학살을 외면한 민주화 활동가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역시하는 것’에 중독되었다. 달리 말하면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한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은 ‘진부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는 미얀마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고,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적 고민을 이어나가며, 아시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연대를 구축해가야 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 세 손가락 표식 위로 민주화의 꽃이 피어오를 것이다. 꽃을 피우는 것은 물도, 햇살도 아닌 ‘잊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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