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은 지역 쇠퇴의 대표적인 지표이다. 최근 5년간 지역의 빈집은 가파르게 증가하며, 안전사고, 범죄 발생, 주거환경 저해 등의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도 빈집 쇼크를 겪고, 빈집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빈집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또한 빈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원도심과 신도심 간 격차가 생기면 원도심의 인구가 신도심으로 유출되고, 원도심의 인구 감소는 빈집을 발생시킨다. 빈집은 군집성과 확산성이 강하기 때문에, 방치할 시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더욱 악화한다.

빈집으로 인한 문제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빈집을 사전 예방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빈집 은행’을 제안한다. 빈집 은행은 빈집의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이다. 빈집 소유자가 매매 또는 임대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시하면, 행정이 중개자가 되어 빈집 사용자와 연결해준다. 빈집 은행은 빈집의 매수와 매도를 도와 빈집 거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빈집 은행은 우리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를 앞서 경험한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일본은 ‘아키야(空家) 뱅크’라고 불리는 제도를 마련해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본의 빈집 은행은 중앙이 아닌 지방 정부에서부터 출발했다. 빈집 발생의 원인이 되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지방의 중소도시가 먼저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지자체의 60% 이상이 빈집 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별로 조례를 만들어 다양한 빈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빈집 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해 빈집 매매자의 세금을 감면하고 보조금을 지급한다. 취득세, 재산세, 등록면허세 등을 낮추고, 빈집 정비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빈집 이용자가 빈집에서 오래 거주할 경우,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빈집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빈집을 활용한 사업과 프로젝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 시설, 청년 창업 공간, 예술가들의 작업·전시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빈집 은행을 도입한 지자체가 있다. 인천시 미추홀구는 빈집을 마을의 자원으로 전환하고, 청년과 마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빈집 은행을 설립했다. 미추홀구의 빈집 은행은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미추홀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빈집 활용 계획을 제안하면, 미추홀구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공공과 민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추홀구의 빈집은 청년 주거공간, 코워킹스페이스, 스마트 도시농장 등으로 조성되었다. 청년 주거공간과 코워킹스페이스는 지역 청년 및 공동체의 활동과 교류를 보장한다. 스마트 도시농장은 중년과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와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추홀구의 빈집 은행은 빈집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주민의 복리와 지역의 활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빈집은 가능성을 품은 공간이다. 더 이상 지역의 애물단지가 아니다. 빈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한다면, 지역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유통망과 시장성을 갖춘 빈집은 지역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다. 빈집의 재발견이 필요한 시점이다. 빈집의 가치가 다양해질 때, 지역은 훨씬 매력적이고, 힙(Hip)해질 것이다. 빈집을 나와 우리의 활동 거점이자 지역의 자산으로 만들어보자. 빈집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곽민재(의성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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