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취업시즌이 시작됐다. 시즌을 맞아 대학은 물론 지방정부까지 발 벗고 나서서 취업박람회, 면접합격비법 특강 등 취준생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기에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인 듯하지만, 올해는 긴장감이 유독 증폭되고 있다. 요새 들어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심상치 않은 국가경제지표는 더더욱 취업시장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지역 대학들을 초긴장 상태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스테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기업들은 이미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 중 62%가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것이다.

광주·전남지역 고용시장은 더욱 불편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이 지역의 고용회복률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특히 청년층 고용상황은 다른 연령층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청년고용률은 39.2%(전국 평균 47.3%)로, 6대 광역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남은 질낮은 일자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과 지자체의 긴장도가 예년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낮은 고용률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도 붙잡을 명분이 없다. 

사실 광주·전남 청년들의 역외 유출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광주·전남 모두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그중 20대 인구 유출은 전 연령대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작년만 해도 광주는 2천6백여 명, 전남은 9천3백여 명의 20대 청년들이 타 지역으로 떠났다. 인구유출 세대별 비율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광주는 51.1%, 전남은 89.2%다. 학업과 일자리 문제가 주요 원인이었음은 물론이다. 전남지역에서는 이렇게 떠난 청년들이 지난 20년간 무려 25만여 명에 달한다. 웬만한 소도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그중 청년 인구 누적 순 유출이 가장 많은 지역은 여수시였다.

‘백약이 무효’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인구 위기에, 교육과 취업환경 불안정으로 인한 지역청년 유출, 지방대학 소멸 위기 등이 모두 얽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 광주·전남 지자체는 물론 대학들까지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정부와 대학의 노력도 필수적이지만, 특히 지방정부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구축해야 할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전대신문> 이번 호에 실린 강기정 광주시장(이하 강 시장)의 인터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 시장은 청년들의 지역 정주를 위한 핵심 조건을 ‘일자리·주거·문화’로 보고, 이와 관련된 주요 정책사업들을 계획·진행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AI 기반 도시로의 성장과 관련 기업 유치, 창업 지원 활성화, 커뮤니티형 임대주택 조성, 청년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기반 구축 등이 그것이다. 지역 청년들에게는 희망 섞인 소식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느긋하게 기다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정책들의 실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속도에 비례해 청년 유출의 숫자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방정부는 일자리를 포함, 청년 관련 정책 홍보를 보다 다각화해주기를 바란다. 광주·전남 지자체에서 직접 실행하거나 산하 공공기관에서 실행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정책 사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청년들에게 직접 접속되는 경로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전남대생을 비롯한 청년들 또한 자신의 삶과 직결된 정보를 전방위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지역의 미래’라는 오래된 수사를 살아있는 언어로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모든 지혜를 모아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이는 어느 특정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이 걸려있는 것이기에 꼭 해야만 하는 숙제와 같은 것이다. 다 같이 숙제를 완결해나갈 때 비로소 지역의 풍요로운 미래도 열릴 것이다. 그 미래를 열어가는 길을 함께하게 될 전남대생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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