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t, 적어도 지구 안에서 속도는 시간당 거리로 표시된다. 시간이 같다고 볼 때, 어느 것이 더 많은 거리를 갔느냐에 따라 속도는 더 빠르다고 본다. 이렇게 공식의 수치로 속도를 확인한다. 권총의 총알은 초당 300~400m정도 날아간다. 물론 소총과 같은 장총의 속도는 이보다 멀리 날아간다. 권총보다 훨씬 빠르다. 소리의 속도는 초당 350m라고 하니, 권총의 총알 속도와 엇비슷하다. 대신 빛의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빛은 초당 30만km를 간다고 하니. 소리나 총알의 속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번개가 치고 한참 후에서야 천둥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 해의 시작 점! 태양[日]과 달[月], 둘 중에서 어느 것이 그 기준이 될까? 질문에 답이 있다. 한 해의 시작은 ‘해’가 기준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구가 돌지만, 사람의 눈에 비치는 태양의 겉보기 운동은 태양이 돈다. 태양의 1년 길이는 동지에서 출발하여, 다음번 동지 때까지의 길이로 측정되었다. 지구의 공전이 한 해의 주기를 만들어냈지만, 정확히 말하면 태양이 있기 때문에 한 해의 주기가 있다. 여하튼 한 해의 시간 주기는 대략 365.25정도이다.

인간의 눈에 비치는 달은 태양 빛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달뿐만 아니라 지구도 태양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두 달, 세 달... 등등의 시간 주기를 만든 이유는 태양의 1년 주기가 너무나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을 이용해 훨씬 빠른 주기 하나를 만들어냈다. 태양 주기에 맞추려는 인간의 기발한 노력이 열두 달을 만들었다. 다만 달의 12개월 주기는 태양의 1년 주기에 11일 정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13개월의 주기로 태양에 맞출 수도 없었다. 달이 태양을 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작품 하나를 생각해냈다. 윤달이 그것이다. 달의 12개월 주기와 태양의 1년 주기의 갭을 모아 모아서 2~3년마다 윤달을 끼워 넣어 결국 달의 주기를 태양의 주기에 맞춰냈다. 인류는 윤달로 태양의 길이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인류는 윤달을 통해 달과 태양을 합의시켰다. 윤달은 양력과 음력 사이를 메운 비밀의 시간이었고 히든카드였다.

하루의 시간은 태양[해]이 뜨고 지고 다시 또 뜨는 주기로 판단한다. 지구의 자전이 시간을 만들지만, 사실은 태양 빛이 하루를 만들었다. 빛이 없었다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아 있을 수 없다. 생물의 생체리듬은 태양 빛에 길들어졌다. 따라서 하루 24시간 체제 탄생도 생체리듬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달[月]로는 하루의 길이를 측정할 수 없다.

v=s/t,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 안에서의 시간당 거리가 속도 공식이다. 만약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시간은 당연히 이와 다르다. 그래서 우주는 지구와 다른 세상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우리에게 우주의 시간이 지구 시간과 다르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알려 주었다. 지구의 둘레(길이)는 대략 40,074km라고 한다. 하루 24시간이고 1시간이 60분이며, 1분이 60초이므로, 이를 초로 나누면, 지구는 초당 대략 464m로 돌고 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권총의 총알 속도 300~400m/sec보다 더 빠르다.

지구는 태양을 거의 365.25일 정도 만에 한 바퀴를 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번 돌면 1년이다. 지구가 초당 29.87km를 달려야만 한다. 지구의 공전 속도는 그 어떠한 총알이나 대포나 마하를 자랑하는 미사일이나 비행기 속도보다 더 빠르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옛사람들의 말씀은 시간의 속도를 의미하지 않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였다. “시간은 화살과 같다”라는 속담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빠름을 배웠다. 그러나 화살의 속도가 고작 초당 50m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옛사람들도 시간의 속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현대식 양궁 화살의 초당 최대 속도가 240m라고 하니, 시간을 만들어내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를 실감했을 것이다. 시간은 빛 다음으로 빠르다.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오늘 하루, 초등학교 때 가장 재미났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시간의 속도가 만들어낸 기억의 속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서금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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