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과 ‘통일’ 염원의 희망을 공유하였다. 12강의 강좌 중 영화 <가족의 나라>에서 만난 북송사업의 실태와 분단의 아픔, 이산가족의 슬픔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파고들었다. 영화는 식민 지배와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슬픈 역사를 이산가족이 된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북송사업은 일본과 북한에 의해 체결된 재일교포 협정으로 1959년부터 1984년까지 당시 ‘지상 낙원’이라는 정부의 선전에 속은 교포들이 북한으로 건너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무려 9만 3백여 명에 이르는데, 일본은 골치 아픈 재일조선인들을 정리하고,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한 인력이 필요했기에 실시한 사업이라 한다. 화려한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간 이들은 국가 간 이해관계에 휩쓸린 희생자들이었는데, 이 영화를 만든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세 오빠 역시 그 대상이었다. 

제주 출신이면서 조총련 소속이었던 양 감독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고통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차별과 멸시를 받지 않은 곳에서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속은 걸 알았지만 다시 돌아올 수가 없어 이산가족이 되었다. 영화는 감독이 직접 겪은 일로, 오빠 중 한 분이 종양 때문에 수술하러 잠깐 일본에 오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2주 만에 갑자기 북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있다. 감독은 지난 2006년 제작한 영화 <디어평양>에서도 북송된 재일교포들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한 이후 북한으로부터 입국금지 명령을 당해 오빠들을 만나지 못했다. 감독의 불안하고 울분에 찬 심정은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이 입증하는 듯했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면서 걱정이 된 것은 후손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분단 이후 75년이 지난 지금, 어떤 이들에게 ‘통일’은 어쩌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주제라거나 아예 관심 밖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분단으로 인한 슬픔은 영화 속 장면처럼 우리에게 해결되지 않은 늘 아픈 현재다. 탈북민과 북송사업 등으로 이산가족은 늘어 가는데, 이산가족이나 분단상황 자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 역시 늘고 있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괴뢰군이 들어와서 광주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했던 이들이나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빨갱이 발언들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전쟁의 위협과 공포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통일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필요한데, 현장 교육에서는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우려가 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망한 일본이 6·25전쟁 때 남은 전쟁 (군수)물자를 남한과 북한에 팔아 일본 경제를 부흥시켰던 사례만 봐도 분노가 치민다. 한반도의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분단의 지속은 통일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런 가운데 ‘왜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문제의식으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통일 인문학 강의들은 참으로 반갑다. 그들이 하나 같이 언급하는 핵심은 통일이 한반도 경제 성장에 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남한의 기술력과 자본이 북한의 지하자원과 노동력과 결합하면 엄청난 경제 성장 효과를 가져온다.

무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통일이 되면 러시아,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무역을 할 수 있는 육로가 열려, 무역에 따른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통일로 인한 영토와 인구수 증가로 내수시장만으로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통일비용이 800조 원에서 많게는 4,676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조사도 있지만, 한반도 통일이 이뤄지기 전까지 꾸준하게 발생하는 분단비용도 적지 않다. 또한 통일로 인한 한반도 평화 안착과 전쟁 위험 요소가 감소 된다는 것만으로도 통일비용보다 통일 편익과 혜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군대에 끌려가는 남·북한 젊은 인력들의 소모 비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휴전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게 아니다. 그래서 국가 신용등급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우리나라는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외국 기업과 자본가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려한다. 또한 남·북한이 하나가 되어 남·북한의 역사·문화에 대한 연구도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 민족의 동질성을 구현하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전통문화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필요하다. 분단상황에서는 빼앗긴 옛 영토인 연해주와 만주 땅도 되찾아 오기 어렵다. 이렇게 분단이 계속 지속된다면 남·북한의 언어나 문화·정치·경제 시스템을 통합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후손들을 위해서 우리의 통일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송희(시인, 국문과 문학박사)
이송희(시인, 국문과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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