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긴 터널을 지나 새 학기 대면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20년 3월에 1학기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이 매우 낯설고 힘든 일이었지만, 대면 수업으로 복귀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과 부딪히는 수업 환경에 긴장하는 분위기이고, 교수자도 강의실 전체 상황을 컨트롤하는 데 또 다른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대면 수업이 당연했던 과거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익숙해진 비대면 상황의 장단점을 고려해 더 발전된 교육의 장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지금 이 시기를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관계 연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혼자서 성취할 수 있는 과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타인과 함께 하는 장을 다양하게 접해봐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떻게 눈을 맞추고 어떤 포즈로 경청해야하는지, 궁금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고 또 답변해야하는지, 타인과 약속은 어떻게 잡고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조별활동이나 모임을 할 때 갖춰야 하는 예의는 무엇인지, 친밀한 사람과 사회적 관계인 사람들 사이에 태도 차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등. 어색하고 서투르지만 조심스럽게 관계의 감을 새롭게 익혀야 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맺는 사회적 관계는 Give&Take가 비교적 명확한 호혜적인 거리에서 이뤄진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간섭도 터치도 하지 않는 적당한 경계선을 긋고 관계를 맺는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 확실치 않거나 그어둔 경계선을 넘어오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갈등해결에 어려움을 느낀다. 비대면과 익명성이 보장된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는 어느새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관계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가 온통 이런 방식으로 유지된다면, 불특정 타인에 대한 불안함과 고립된 외로움의 감정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동일한 거리로 측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과 감정과 마주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해가는 과정을 겪어야만 살아있는 인간관계의 질적 경험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질적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관계가 아니라, 불편하지만 서로의 차이를 감내하면서 공존하는 다양한 관계를 연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의 투게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보면 타인과 함께 하는 연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무엇보다 “반응하는 법”을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그에 따르면 대화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반응 능력”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즉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란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화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잘 반응해주는 사람인 것이다. 그는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주의 깊게 듣고, 발언만이 아니라 동작과 침묵까지도 해석하는 기술을 익히려면 마치 연주자가 합주공연의 리허설을 하듯이 대화하라고 말한다.

연주자는 리허설에서 자기 연주 소리만 들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자아를 전체 연주 소리에 융합시켜 그 속에 빠져들어야만 좋은 연주가 가능하다. 이때 연주자는 혼자서 연습할 때 가졌던 습관을 반성적으로 자각하고 타인의 소리와 어울리는 자신의 소리를 찾아간다. 세넷은 이것을 “자아를 깨뜨리고 듣기의 예술을 배우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혼자서 지내다보면 우리는 자기 내면의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쉽게 잊곤 한다. 동료 연주자가 피드백을 통해 내 소리가 부드러운지 거칠게 나는지 깨우쳐 주는 것처럼 타인과 함께 말하면서 우리는 나의 소리를 공유된 의식의 영역에서 들을 수 있게 되고, 너와 나의 소리가 공명하는 방법도 터득해갈 수 있다.

어디에서 리허설을 시도할 수 있는 연습 장소를 찾을 수 있을까? 수업에서든 동아리에서든, 취미모임이나 연애관계에서든, 각자 서로에게 배우려는 오픈마인드로 경청해보고 진정성 있는 관계의 기술을 연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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