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추석, 한가위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싯적 어린아이의 마음을 아련히 풀어본다. 먹고 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1960~70년대 태어나고 그 시대를 경험했던 지금의 어른들은 실제 먹는 일이 중요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 말속에는 먹고살기 힘들어했을 우리 조상들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다.

먹을 것을 걱정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추석, 한가위는 더없이 고마운 시절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조상을 기리기 위해 차려진 푸짐한 추석 차례상 음식들은 차례를 지낸 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맘껏 먹었다. 영양 보충을 한꺼번에 한 셈이다.

웬만한 백과사전에서, “오곡백과 풍성한 수확의 계절”과 연결하여 추석을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니다. 왜냐하면, 추석은 음력(陰曆) 명절이다. 음력 8월 15일이 추석이다. 올해 추석은 양력으로 9월 10일이다. 가을 오곡백과 풍성한 수확의 시절이 아니다. 

오곡백과의 경작과 수확은 태양 주기에 따른다. 태양력인 24절기에서, 찬이슬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인 ‘한로(寒露)’를 전후하여 대개는 오곡백과를 수확한다. 양력으로 10월 8일 전후 시즌이다. ‘한로’ 앞 절기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이다. 올해 추분은 9월 23일이다. 추분 이후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농사일은 더 바빠진다. 수확을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는 시기이다.

이렇게 보면, 추석은 분명 수확의 시즌이 아니다. 윤달이 끼어있는 해의 추석이 10월 중순에 든 경우가 있다. 이때는 수확의 시절과 맞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추석에 대한 이해는 “오곡백과 풍성한 수확의 계절”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

추석은 음력 명절이다. 음력 8월 보름(15일)이 추석이다. 추석은 양력으로 9월과 10월 중에 들어 있다. 음력과 양력의 차이로 혹여 추석이 양력 8월이나 11월에 들 수도 있지만, 음력의 운영자들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윤달의 배치로 추석은 양력 9월과 10월에 들 수밖에 없다. 동지를 반드시 음력 11월에 배치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엇비슷한 논리이다. 음력 11월이 동짓달인 이유를 이렇게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것도 윤달이 끼어든 마술이다. 보름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미가 컸다. 참고로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의 ‘아펠라(Apella)’라고 불렀던 민회는 한 달에 한 번, 바로 보름달이 뜨는 날에 열렸다. 보름달은 어두운 밤을 훤하게 비추는 역할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화합과 생산을 상징했다. 초승달에서 반달로 이어져 마침내 둥근 보름달을 이루는 그 모습은 풍요를 연상케 한다.

절기상 가을에 접어들고 난 뒤의 보름달은 더 특별했을까? 가을 복판의 저녁 보름달이라서 그랬을까? 칠월칠석(七月七夕)에서 한자 저녁석(夕)자를 빌려왔을까? 그래서 ‘추석(秋夕)’이라고 불렀을까? 아무래도 한자 석(夕)자가 비밀을 쥔 것 같다. 저녁[夕] 보름달[月]이다. 저녁에 훤하게 비추는 저녁 보름달이 월석(月夕)이었다. 그래서 8월 가을 보름달이 추석(秋夕)이었다. 둥근 보름달 모양은 가운데를 두른다. ‘가운데’를 뜻하는 우리말 ‘가위’ 혹은 ‘가배’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추석이라고 부르는 ‘한가위’ 어원은 신라 ‘가배(嘉俳)’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조선후기 편찬된 동국세시기에서도 “(음력) 8월 15일을 우리나라 풍속에서 추석 또는 가배(嘉俳)라고 한다. 신라 때부터 내려온 풍속이다. 시골 농촌에서는 한 해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데, 그것은 새 곡식이 이미 익었고 가을 농작물을 추수할 때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어디서나 닭을 잡고 술을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긴다.”

추석, 한가위는 즐거운 온동네 잔치였다. 바로 축제였다. 이제 그런 시절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다. 추석 연휴가 되면 해외로 나들이로 흩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서금석(조선대학교 강사)
서금석(조선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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