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now 5·18. It is a history of victory for the citizens. It is the dream of the people of Myanmar.”

지난달 취재차 방문한 태국에서 미얀마 유학생 마델을 만났다. 그녀는 태국 방콕의 마히돌대학교에서 인권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지난해 2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그녀는 양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다니고 있었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후 유학생 자격으로 태국 마히돌대학교에 오게 되면서 군사정권 눈초리는 피했지만, 미얀마에 가족들이 있어 걱정이 무척 많은 눈치였다. 

나는 마델과 열흘 동안 미얀마와 가까운 태국의 국경도시를 거쳤다. 나는 미얀마 군사정권의 눈초리를 피해 태국 국경으로 모여든 민주화 인사들 취재가 목적이었다.

내전으로 인한 부상자와 난민들 취재도 해야 했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지뢰와 같은 전쟁 무기를 잘못 다뤄 팔, 다리가 절단된 먼 나라의 한 외국인의 아무 잘못 없는 불행한 사연을 묻고 또 묻고 다시 묻고 묻기를 반복하는 일은 초년생 기자에게 퍽 어려운 일이었다. 전쟁의 불행이 신기하다는 듯, 기사 소재가 되겠다는 듯,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의 모습은 그 얼마나 무례한가. 

마델은 아마도 뉴스나 SNS 말고 직접 눈으로 자국의 상황으로 확인할 요량으로 이번 일정에 참여하는 듯했다. 그녀는 이번 탐방일정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서 유일한 미얀마 사람이었다. 덕분에 나는 미얀마의 역사나 정치에 대해 궁금한 게 떠오를 때마다 그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귀찮을 법도 할 터인데 그녀는 언제나 미소와 함께 “feel free to ask questions anytime”이라고 말했다. 그녀에게만은 질문하는 맘이 한결 편했다. 

미얀마에서 군사 독재의 역사가 70년 넘게 이어지면서 권력은 더욱 권고하고 막강해졌다. 그 사이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 1300달러의 최빈국, 수십 명의 소수민족을 처벌하고 쫓아낸 인권침해국으로 남았다. 지난해 2월 쿠데타 이후, 8월까지 확인된 관련 사망자는 2000여 명에 이른다. 군사정권의 탄압과 내전을 피해 태국 국경으로 피신한 사람들은 인권 테두리 밖에 있다.

마델은 미얀마의 상황을 더 많은 사람이 정확히 알길 바랐다. 그녀는 자신의 나라에 관한 이야기니 무엇이든 괜찮다고 했다. “좋은 질문”이라고 되받아칠 때면 괜스레 기분까지 좋았다. 마델의 설명은 한국의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친 것보다 더 정확하고 믿음직스러웠다. 한국의 네트워크상에서는 검색되지 않는 미얀마의 투표 시스템, 소수민족 간의 입장 차이와 관련한 미묘하고 자세한 설명을 현지인의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낯선 취재환경에서 오는 괴리감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참혹한 현실에도 취재보도의 당위성을 찾아야 할까?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연을 부각하는 게 기자의 역할인 것일까? 그런 와중에 마델의 자세한 설명은 큰 힘이 되었다. 언어가 달라 속 깊은 이야기는 할 수 없었지만, 언제든 무엇이든 물어보라던 그녀의 말은 곧 한국에 돌아가 미얀마의 상황을 정확히 써달라는 부탁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마델은 광주에 대해 지금 미얀마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도시라고 알고 있었다.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벌어지고 당시 광주는 다시 한번 연대의 바람이 불었다. 그녀가 애써 생각하는 것처럼 광주가 희망의 도시가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쿠데타가 1년 8개월째 지속되면서 국내 여러 이슈 틈에 광주에서도 미얀마에 관한 관심이 많이 사그라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헤어질 때 나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던 마델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워진다. 그녀가 바랐던 것처럼 미얀마에 민주주의와 평화가 깃들길, 간절히 바란다. 질문이 무례함이 되는 시대, 그녀의 친절한 답변에 다시 한번 질문의 무게감을 느낀다.

                                                                                                 도선인 <전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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