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재학생 3명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청소·경비노동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은 확산되었고 지난 13일 연세대 졸업생 2373명은 입장문을 통해 “확성기의 소리가 불편했다면 확성기를 가지고 백양로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방치한 학교 측에 책임을 묻고 분노해야 한다”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과 결정권은 학교에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세대 학생들이 고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노동조합(노조)에 대한 혐오 정서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BBC 뉴스에서 “이번 사건이 특징적인 사례라기보단 한국 사회에 만연한 노동, 노조 혐오 분위기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동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인데 반노조 정서가 사회 전반에 깔려있고 노동권 행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조 혐오는 언론 보도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 쿠팡 본사 로비 농성장에 놓여있던 커피를 ‘맥주’라고 묘사하며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는 오보를 내보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오보를 냈으며, 문화일보는 지난 1일 쿠팡 공공운수노조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혐오가 있다. 한번 자리한 혐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장애인 혐오도 여전하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영화 <범죄도시2>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들이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문제가 된 장면은 병원복을 입은 남성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인질을 가두고 경찰과 대치하다 주인공에게 제압되는 장면이다. 병원복 남성을 향해 영화 속 인물들은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또라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인을 폭력적이고 위험한 범죄자, 예측 불가능한 난폭한 존재로 묘사한 것이다.

문화 매체의 특성상 특정 집단의 잘못된 묘사는 혐오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반성과 공감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연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방송된 3화에서는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혐오를 조명하여 시청자들의 공감과 반성을 이끌었다. 극 중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동생과 자살한 형의 사건을 맡는다. 해당 사건에 관한 기사에는 ‘의대생이 죽고 자폐아가 살다니 국가적 손실 아님?’ ‘자폐라도 알 거 다 안다. 감옥 보내라’ 등의 댓글이 달린다. 해당 장면을 본 시청자들은 실제로 저런 댓글을 본 적이 있다며 공감과 반성을 동시에 했다.

문화 콘텐츠뿐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빠르고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콘텐츠들은 혐오 정서를 조장하기도 혐오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러니 콘텐츠 제작자들이 특정 집단을 향한 편견을 문제의식 없이 보여주는 것을 경계하는 것만으로도, 나아가 섬세한 시선이 느껴지는 세밀한 접근이 더 많아진다면 적어도 무분별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버젓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막는 데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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