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을 이끌게 된 이후, 박 전 위원장은 권력형 성범죄, 성비위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최근 발생한 최강욱 민주당 의원의 일명 ‘짤짤이 발언’에도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며 “반성과 쇄신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으로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욱 의원은 지난 4월 28일 법사위 화상 회의 중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은 동료 의원을 향해 “000 치냐”는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보좌진이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고, 최 의원은 “어릴 적 짤짤이를 이야기한 가벼운 장난에 불과”하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쌍디귿 발언이었다”는 부가 설명이 연이어 보도되며 의혹이 거세지자 결국 민주당은 지난달 9일 당 윤리심판원에 직권 조사를 명령했고, 최 의원은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처분받았다. 박 전 위원장은 의혹 직후 “우리 당은 최강욱에게 책임지게 할 것”이라며 문제해결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강욱 의원은 해당 징계에 즉각 불복하며 재심을 청구했다. 뿐만 아니라 정봉주 민주당 정개특위 공동위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지나치게 과하다”며 “대단히 정치적인 함의가 숨어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역시 민주당 성추문을 뿌리 뽑겠다는 박지현 전 위원장에 “신중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리석은 뻘짓”이라는 공격을 개시하기까지 했다. 안 의원은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 같은 골잡이를 집에 돌려보낸 꼴”이라며 과도한 처분임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이들의 ‘최강욱 감싸기’ 논리가 과연 대중에게도 통하는 메시지인지는 의문이다. 문 정권 내내 민주당을 따라다닌 성비위 사건은 이미 대중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9년 비서를 위력에 의해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은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故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20년 비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의혹을 남긴 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무책임한 자살은 피해자에게 최종적 형태의 가해”라는 비판과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최초 보도, 신고한 추적단 ‘불꽃’에서 활동했다. 그는 1년 가까이 텔레그램 방에서 잠복 취재를 이어가며 N번방에서 일어나던 디지털 성범죄를 세상에 알리고,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피해 신고 방법을 안내하고 불법 동영상 유포 사이트를 추적하는 등 피해 구제와 디지털 성범죄 단절에 앞장선 인물이다. 박지현은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의 표를 결집하는데 역할을 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과 그의 지지자들은 현재 당내 반발 위기에 봉착했다. 출사표를 던진 8월 전당대회에도 출마가 불허됐다.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선 이달 1일을 기준으로 6개월 전에 입당했어야 했다는 당 규정을 박 전 위원이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6일 자신의 SNS을 통해 “토사구팽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저를 쓰고 버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박지현은 물론 저에게 만들자고 약속했던 성폭력 없는 세상까지도 토사구팽하려 한다”며 “이것은 제가 막겠다”고 전했다. 이어 “성범죄가 사라지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는 그날까지, 저는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대를 나온 26살의 여성 정치 신인 박지현. 그는 ‘비주류’다. 만약 박지현이 이대로 당내 반발에 밀려 정치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면, 한국 정치계에 잠깐이나마 타올랐던 비주류의 불꽃이 다시 꺼져버릴 수도 있다. ‘정치 온정주의’ ‘더듬어만진당’ 등 불미스러운 단어로 비아냥 받는 민주당이 그간의 이미지를 혁파하고 진정한 쇄신을 맞이하기 위해 사용할 전략이 ‘최강욱 감싸기’인지 ‘박지현 이용하기’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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