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학생들은 매년 성인지 교육을 1회 실시해야 한다. 성인지 교육은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에서의 성적 차별과 불균형을 인식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이다. 미투, 군대 내 성추행 등의 사건으로 ‘성인지’라는 개념이 주목받음에 따라 성인지 교육의 중요성도 커졌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사범대 학생들은 이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사범대 및 교직 이수 학생들이 지난달 23일 사범대 교육융합관 1층 사림홀에서 성인지 교육을 받고 있다.
사범대 및 교직 이수 학생들이 지난달 23일 사범대 교육융합관 1층 사림홀에서 성인지 교육을 받고 있다.

연 1회 실시하는 성인지 교육은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주는 데 효과가 있을까? 성인지 교육을 신청하고 수강하는 시기가 되면 학생들은 불만의 소리를 낸다. 고등학교의 수준에서 머무는 뻔하고 변화 없는 강의와 일회성 교육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기자는 지난달 23일 사범대 교육융합관 1층 101호 사림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성인지 교육에 참석했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 강의는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듯하였으나 강의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강의실 뒷자리부터 핸드폰을 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고개를 숙이고 조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심지어 강의를 듣지 않고 개인 과제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강의 후반에 이르러서는 앞을 보고 강의를 듣는 학생보다 고개를 숙이고 개인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약 두 배 더 많았다.

교사가 아동을 인지하는 것부터 내용이 전개되었다. 사람은 저마다 신체적, 심리적, 성적 경계를 가지고 아동도 이 경계를 가진다. 상대의 동의 없이 경계를 침범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토킹과 성희롱에 대처하는 방법과 처벌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후 성인지 감수성이 무엇인지 강의자 조카가 겪었던 일을 통해 설명했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괴롭혔을 때 “좋아해서 그런 거야”라고 말하는 것은 괴롭힘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식시켜주지 못하는 발언이다.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인식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성인지 감수성은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이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성추행, 성폭력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대처 방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교사는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변 보호에 힘써야 하고 가해자에겐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강의 내용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공민지 씨(국어교육·22)는 “강의 초반에 집중이 잘 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뻔하거나 반복되는 이야기에 집중력이 흐려졌다”며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는 것이나 여자아이가 활발할 때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성차별적 생각이 될 수 있다는 예시는 아주 고전적인 예시”라고 말했다. 공 씨는 “너무 많이 들어왔던 예시 대신에 학교 현장에서 실제 있었던 내용을 예로 들어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 씨(생물교육·22)는 “아이스께끼 같이 지금은 있지도 않은 모습이 예시로 등장하여 강의가 지루했다”며 “주변에도 졸거나 핸드폰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송아현 씨(생물교육·22)는 “강의 내용이 실제 사회 모습을 많이 담는다면 더 나은 강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일회성 강의보다 필수 이수 과목으로 신설하여 수강하는 것이 성인지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고 제안했다.

한편 성인지 교육 신청 과정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도 있었다.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은 2천 명에 육박하는데 학기 당 6백 명만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신청을 못 하는 학생들이 생긴 것이다. 류지성 씨(지구교육·22)는 “오전 9시부터 선착순 신청이 진행됐는데 6월 23일 강의는 1분 만에 마감됐고, 나머지 강의들도 10분 내로 마감되어 원하는 날짜에 수강신청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시기에 성인지 교육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최승호 씨(생물교육·19)는 “작년 비대면 성인지 교육은 영상 시청으로 진행됐고 4시간 분량의 영상 1개와 6시간 분량의 영상 1개를 시청하면 교육 이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방역 강도가 완화되면서 성인지 교육은 올해 대면으로 전환됐다. 학생들은 미리 공지된 날짜 중 하루를 선택하여 신청 기간에 선착순으로 교육을 신청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