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연극계 미투 운동에도 광주 연극계, 반성 없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대책위)는 29일 오전 11시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위력에 의한 문화예술계 권력형 성범죄”임을 강조하며 “2018년 2월 연극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지만, 광주 연극계에서는 반성의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피해 당사자 김산하(가명) 씨의 당사자 발언을 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이 대독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피해 당사자 김산하(가명) 씨의 당사자 발언을 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이 대독했다.

피해 당사자 김산하(가명) 씨의 당사자 발언은 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이, 서주영(가명) 씨의 당사자 발언은 광주민우회 활동가 햇살 씨가 대독했다. 김다정 씨는 대독 전 “이는 문화예술계의 폭력적인 조직 문화가 만들어낸 명백한 구조적 폭력”이라고 말하며 “고용 불안을 무기로 위협하고 예술계의 관례라는 이름으로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김산하 씨는 발언문을 통해 “그들이 문제의식 없이 악을 행할 수 있었던 구조적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성폭력을 겪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해자를 만나는 것이 고통스러워 그들과 만남을 피하고 싶었지만 광주 연극계가 좁아 그들과 만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술자리에서 여자애들은 강간도 당해보고 그래야 오기가 생겨서 연극을 오래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발화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연극계를 설명했다. “가해자들이 5·18에 대한 공연을 올리는 것을 보며 분노가 치밀었다”며 “성폭력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과 치료를 받으며 고소와 공론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당사자 서주영(가명) 씨는 “다른 극단 연출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연출가의 말과 표정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또렷이 기억한다”고 전했다. 서 씨는 “당시에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다”며 “주변에서는 그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가해자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내가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답이 나와서 문제를 묻어 두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의 피해가 나오지 않아야 하기에 문제를 알리고 사람들과 연대하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깊이 통감하길 바란다”며 “연대하는 마음을 모아 행동한다면 광주 연극계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피해 당사자들의 법률 대리인단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의 김수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광주 연극계 몇몇 가해자로부터, 2012년부터 상습적으로 이루어진 강제추행, 유사강간, 강간치상 등에 관한 것”이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고소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은 두 사람이나, 실제 피해자들은 더 많다”며 “고소장 접수 후에라도 피해자들이 추가로 나타나면 추가 고소도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이 더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연극계의 잘못된 관행 속에서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스스로 연극계를 떠나는 것으로 상처를 덮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피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 등 2차 가해 시 강경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김수지 변호사가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고소 취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김수지 변호사가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고소 취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 연대 발언을 통해 광주민우회 활동가 봄봄 씨는 “용기 내어 준 두 사람에게 연대의 목소리를 보탠다”며 “가해자들에게는 책임을, 연극계 전반을 향해서는 더러운 권력과 위계를 떨쳐내고 혁신할 것”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 촉구 ▲광주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에 대한 전수조사 즉각 실시 요구 ▲엄정한 대응과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공론화에 대한 예술계 및 시민사회의 지지와 연대를 요구했다.

한편 피해자 2명은 가해자 3명에 대한 고소장을 30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제출할 예정이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광주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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