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뒤집어 놓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개봉했다. 주로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준다며 개인정보를 받은 뒤 협박해, 성 착취물을 텔레그램 앱 단체방을 통해 공유하고 위협한 사건이다. 이후 더 악질인 ‘박사방’도 생겨나 비슷한 범죄는 지속됐다. 피해자는 수십 명이 넘었고, 그중 10대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유포된 영상과 사진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실제 피해자가 겪은 일을 자세히 알 수 있다. 피해자에게 ‘박사 노예’나 새끼손가락 제스처를 통해 박사를 신의 존재처럼 여기게 했고, 화장실 타일 바닥을 핥게 하는 기괴스러운 일종의 미션을 수행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방적으로 목격하며 피해자의 개인정보로 집에 찾아가 인증샷을 남기는 위협적인 행동을 일삼았고, 피해자를 향한 공격을 모의하기도 했다.

한겨레 특별취재팀과 끈질기게 취재하던 학생 기자단 ‘추적단 불꽃’에 의해 사이버 지옥이 세상에 알려졌다.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수많은 여성에게 끝나지 않을 고통을 선사한 그들은 “나는 보기만 했을 뿐이다”며 “강간이나 강제 추행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냐”고 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그러나 한 번의 클릭과 같은 사소한 행위는 분명한 가해 행위다.

취재가 시작된 것도, 세상이 알 수 있었던 것도 오랜 고통을 견뎌온 피해자들의 용기와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덕분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성폭력 피해자들에

게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며 막을 내린다.

이제는 성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며 2차 가해가 되는 여론이 형성되거나 피해자 신상이 공개되는 등의 피해자 중심 인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회에서 피해자가 도움받을 수 있는 손길도 많아졌다. 이번 사건을 통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끝까지 추적하면 잡힌다는 것 또한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도 해외에 기반을 둔 플랫폼 등으로 이번 사건 피해자들의 성 착취물이 여전히 전 세계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사회 변화에 만족하는가? 만족할 만한 변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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