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나라와 지역사회의 공공 자산이다. 이 자산의 건강한 활용과 보호를 비롯,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단지 해당 대학만의 과제일 수 없다. 대학이 연구와 고등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교육환경’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이다. 따라서 ‘교육환경’의 훼손이 분명히 예견된다면 광주시의 농생대 인근 고층아파트 건립계획은 재검토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달 우리대학 농생대 인근 용봉(2)지구(용봉동 692번지 일대 5천 170평)를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결정했다. 북구청은 이곳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라 한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환경개선은 바람직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업이 본 뜻을 살리면서도 큰 문제점을 파생하지 않는다면 대학이 나서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용봉(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이 현재 계획대로 대규모 고층아파트 건설로 귀결할 경우 전남대의 교육환경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층아파트가 대학 캠퍼스에 바로 인접해 건립되는 것은 흡사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이 세워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망권을 침해할 것이고, 일조량 부족과 통풍 장애 같은 문제점을 낳게 된다. 학교의 ‘얼굴’을 가려 숨쉬기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셈이다. 또 전남대의 장기발전 과정에서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생하는 문제점이 누적돼 악순환의 고착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인문대와 경영대 뒤편에 흉물처럼 버티고 선 고층아파트의 각종 부작용을 통해 이런 우려가 단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임을 목도하고 있다.

대학을 둘러싼 외부 환경 요인 측면에서도 고층아파트 건립계획은 타당성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대학의 동문과 남문 일대 도로는 광주 시내 최고의 교통혼잡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농생대 인근에 대규모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이 곳 교통난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광주시의 제2순환도로 건설이 완공되면 용봉천 복개도로가 간선도로로 기능하면서 도심보다 더한 교통지옥을 연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시 전체의 교통정책 측면에서도 농생대 인근에 대규모 고층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따라서 광주시가 도시 전체의 균형발전과 지역주민의 복지, 대학의 교육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용봉(2)지구 주거개선사업 추진계획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은다면 굳이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부산대와 부산시가 최근 부산대 인근 장전동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층아파트 건설 대신 ‘대학촌’개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사례는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 대학의 농장부지 활용과 용봉(2)지구 주거개선사업을 함께 고민하는 전향적 사고를 주문한다.
차제에 광주시가 전남대 인근 주거지 재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대학 쪽과 단 한 차례 사전논의도 거치지 않은 것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숨쉬며 성장하는 공공 자산이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고 앞으로는 비슷한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기 바란다.

한편, 우리 대학은 농생대 인근 고층아파트 건설계획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대책기구를 구성, 홍보와 서명 작업 등 여론조성과 함께 해당 지역 주민설득에 나서고 있다. 또 광주시가 강행할 경우 재심요청과 함께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 사안의 해법 모색을 위한 대학 본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의견이 만의 하나 지역사회에 갈등과 분열의 불씨를 제공하거나 집단 이기주의로 비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동시에 지적하고자 한다. 대학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하여 농생대 주변 고층아파트 건설이 결과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을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제시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용봉(2)지구 재개발방안의 바람직한 대안 제시도 시도해 봄직 하다. 지금은 지역사회와 대학의 이해가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다. /전대신문 사설(10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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