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배경음악과 함께 한 남자가 삽을 지고 있다. 무언가를 찾는 데 혈안이 된 듯한 그는, 곧이어 밧줄로 목을 매 삶을 그만두려 한다. 삶을 포기하려는 그 순간, 앵무새 한 마리가 그의 시선을 돌린다.

영화의 시작처럼, <아들의 이름으로>는 끝까지 무거운 배경음악과 함께 주인공 채근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산에서 돌아온 것은 꼭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 떠나는 건 비겁하고 창피하다. 제 아들도 실망할 거다.”

이 한마디로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이는 곧 영화의 핵심이다. 그의 주변에는 5·18 민주화운동(5·18)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이 나타난다. 고향이 광주인 진희, 5·18 당시 시민이었던 진희 아버지 성호와 식당 아주머니. 이분들을 만나며 채근은 그들을 신경 쓰는 것 같으면서도 묘한 표정을 짓는다. 5·18 당시 유가족들을 만나면 애도와 안쓰러움을 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또한 그는 대리운전 일을 하며 만난 5·18 당시 공수여단장 박기준에겐 순식간에 옷 속에서 칼을 꺼내 들이미는 행동을 보인다. 박기준을 대하는 그의 모습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듯 비장하다.

영화는 성호가 그에게 못다 한 복수를 부탁하며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성호는 5·18을 떠올리며 기준에게 복수를 다짐했으나 결국 이루지 못한 채 죽음에 다다른다. 이를 계기로 채근은 시작장면과 같이 또다시 삽을 들고 무등산으로 향한다. 후반부가 돼서야 밝혀지는 사실은 채근이 5·18 당시 공수부대 소대장으로, 자신이 사살한 시민의 시신을 무등산에 유기했기에 이를 찾기 위해 항상 그곳으로 향했다. 또한 이러한 과거를 양심 고백하라는 죽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518과 관련한 영화는 당시 시민과 기자들의 상황, 유가족의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보통 당시 명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을 억압하고 사살한 군인의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5·18 당시 발포를 명령했던 박기준과 같은 간부들은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는 이유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았다는 죄책감을 보이는 군인의 모습은 낯선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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