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다룬 문학 속 문장 전시…서점 공론장 역할 기대
"박제화된 명제 아닌 시민 삶에 스며들길 바라"

 

▲ ‘동네책방 숨’ 이진숙 사장(51)이 오월서가 앞에서 ‘오월, 5·18광주민중항쟁 연작 판화’를 소개하고 있다.

"5·18에 관한 이야기와 5월의 정신이 계승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광산구에 위치한 '동네책방 숨' 이진숙 사장(51)의 말이다. 이 씨는 5·18민주화운동(5·18)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2015년 12월 책방을 연 후부터 5·18 관련 책들을 큐레이션하고 있다. 이 씨는 "시민들의 삶에 5·18이 지나가는 행사나 박제화된 명제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5·18이 광주 시민들의 삶에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5·18 관련 도서 큐레이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경제적인 면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5·18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5·18에 관한 문학작품의 문장을 발췌해 문장을 전시하거나 책으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한다"며 "광주에서 5월과 관련된 정기 간행물, 독립 출판물과 같은 다양한 이야기의 창구가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동구에 위치한 ‘책과 생활’에서 5·18 관련 책을 큐레이션하고 있다.

작년부터 광주 독립서점들은 '오월서가'라는 이름으로 5·18기념재단과 협력해 5·18 관련 책을 서가에 채우고 손님들에게 5·18 관련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 '동네책방 숨' '산수책방' '사이시옷' 등 다양한 광주 지역 독립서점에서 운영 중이다. 이는 5월뿐만 아니라 상시로 진행된다.

오월서가를 운영하는 '산수책방' 김미순 사장(55)은 “독립서점에서 책을 전시하기 위해 한 서가를 비운다는 것은 서점 주인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며 서점에서 서가가 가지는 의미를 언급했다. 김 씨는 "광주에서 5월의 이야기를 전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대구나 다른 지역에서 오월서가를 운영하는 서점들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서점을 운영하기 전 노동 운동을 했던 김 씨는 "진영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느꼈던 죄책감을 씻기 위해 오월서가에 공들였다"며 자신에게 오월서가가 가지는 의미를 전했다.

동구에 있는 서점 ‘책과 생활’의 신헌창 씨(50)는 “광주 지역의 서점에서 지역의 역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5·18 관련 책과 지역 도서를 큐레이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5·18기념재단 교육문화부 장민혁 씨는 오월서가에 대해 "5·18 당시 ‘녹두서점’이 민주화를 위한 공론장 역할을 했던 것을 모티브 삼았다"며 "일상에서 5·18을 접할 수 있게 동네 문화거점 역할을 하는 책방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광주 지역 독립서점 13곳으로 시작한 오월서가는 전국 독립서점 50곳으로 늘며 사람들에게 5월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