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3% 지역 기업과 협업, 취·창업 지원 강화 필요하다 응답
99.5% 등록금 강점, 45.6% 취·창업제도 약점

“역량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취업 잘 됐으면 좋겠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
30년후 우리 대학은…48.5% ’질 높은 교육과 연구 수행하는 대학‘되길 바라

우리 사회는 10,20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통계청의 ‘주요 연령계층별 추계인구-전국(2021)’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는 2022년 748만 2천명에서 2040년에 446만 8천 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은 청년층의 지역 이탈이 더해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광주전남 정책 <Brief>의 ‘청년인력 유출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시사점(2020)’에 따르면 광주의 청년층 유출률은 21.2%(2019년)로 특·광역시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지역과 대학의 미래를 이끌 핵심 구성원이 광주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대신문>은 대학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 대학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을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실시해 총 206명의 응답을 얻었다. 응답 인원 중 1학년은 25.2%, 2학년은 21.4%, 3학년은 35.0%, 4학년은 15.5%다. 전공별 분포는 인문사회계열 52.4%, 자연공학계열 35.0%, 그 외 9.7%다.

우리 대학 대표 이미지 ‘지역거점국립대학교’ 선택 압도적

‘전남대학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77.7%가 ‘광주의 지역거점국립대학교’를 꼽았다. 응답자 김진성 씨(경영·18)는 “우리 학교는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학교로, 지역의 위상과 상징성을 지닌 교육기관이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의 중심지’라는 응답은 18.4%로 그 뒤를 이었다. 박진희 씨(교육·21)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건물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인상 깊었다”며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깃든 학교 건물을 떠올렸다. 반면 ‘교시인 진리, 창조, 봉사’(1.9%)는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기타 응답(주관식)에서는 5명의 학생이 전남대학교를 떠올릴 때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을 연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진연은 ‘민족해방파’계열의 학생운동 단체로, ‘반미’를 주장하며 북한과 협력하여 통일로 나아갈 것을 주장하는 단체다. 지난 2018년 우리 학교에서는 총학생회 관련 학생들이 신임 주한 미대사의 대학 방문을 가로막았다. 또한 지난해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선 대진연 소속 학생이 김정은을 옹호하는 댓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김현지 비상대책위원장(산업공학·19)은 “대진연 관련 사건들로 전남대학교와 자극적인 단어들이 함께 실린 기사가 돌아다니며 학교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결방안으로 투표를 언급하며 총학생회가 주관한 다양한 교육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대학 강점으로 ‘등록금’99.5%, ‘취·창업 제도’는 아쉬워

우리 대학의 강점과 약점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99.5%(강점 응답률)가 등록금을 강점으로 꼽았다. 근소한 차이로 ‘장학지원제도’(83.0%)와 ‘지역에서 인정받는 대학의 위상(82.0%)’순이다. 또한 ‘학문 전공의 다양성’은 71.8%, ‘강의의 수준과 커리큘럼’은 59.7%로 나타났다.

염민호 교수(교육)는 우리 대학의 강점으로 등록금, 교수들의 연구 성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대학의 역사를 강조했다. 염 교수는 “우리 대학은 70년간 지역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도자를 양성하고, 대한민국 민주화에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며 “이러한 노력이 국가와 지역민, 나아가 자연스레 학생들에게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취업·창업 지원 제도’(45.6%),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동문’(42.7%)을 약점으로 응답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의 김연진 팀장은 “교내 취업프로그램을 진행해도 학생들이 몰라서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작년 12월부터 진로·취업별로 분야를 나눠 수요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취업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며 “학생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안내받고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동문 관련 문항에 염 교수는 “동문의 활약을 바라기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모인 특정 집단을 선망하지 말고 개인의 역량을 기르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대학, 청년 이탈 아닌 교육과 연구에 집중해야”

그렇다면 재학생이 진단한 우리 대학의 가장 심각한 위기는 무엇일까?(2개 복수 응답) 응답자의 21.6%가 ‘탈광주하는 청년의 증가’를 선택했으며, ‘지역의 열악한 취업 환경’(18.4%)이 두 번째로 많이 지목됐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신입생부족’(16.7%), ‘대학서열화’(14.8%), ‘수도권 중심의 정부 재정 지원’(12.9%), ‘대다수 학생의 공기업·공무원 선호’(10.4%)의 순으로 응답을 보였다.

염 교수는 “대학은 인재·학생역량을 개발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 주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지역을 이탈하는 이유는 지역의 인프라·취업 환경이 주요 원인이다”며 “대학은 교육과 연구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고, 지역 이탈에 대한 대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대학과 협력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한 “학생인구 감소를 무조건 위기로만 보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학생 수가 줄면 한 교수가 담당하는 학생의 수가 줄어, 학생들이 누리는 교육의 질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청 균형발전정책과 전문위원인 류재준 씨는 많은 학생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을 예로 들며 “대학 본연의 역할이 퇴색되어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류 씨는 “전남대학교에 전국에서 인정받는 학과를 늘려, 많은 인재가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중심의 재정지원 관련 문항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이 부족해서 대학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외부 환경에 너무 의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의 구조조정 및 역량강화 로드맵 같은 대학만의 자구책을 먼저 마련한 후, 정부의 지원을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정리했다.

지역 기업과 협업 관계 구축 원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을 고르라는 문항(2개 복수 응답)에서 ‘지역 기업과 협업 관계 구축’을 택한 비율이 26%로 가장 높았다. 한 응답자는 “지역 내 유관 기관을 늘려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야한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입지, 소득, 경험, 발판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취업 및 창업 지원 제도 강화’(17.5%), ‘대외활동 지원 제도 강화’(17.5%), ‘학문 전공의 다양성 및 연구 지원 등 교육 내실화’(13.1%), ‘장학 지원 확대’(9.5%), ‘타 대학과의 교류 제도 확대’(7.8%) 등의 응답을 보였다.

응답자 임석준 씨(산업공학·18)는 “공모전을 주최하거나 시상식을 하는 장소가 수도권에 있어서 참여하기 꺼려진 적이 있었다”며 “광주에도 경쟁력 있는 대외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응답자 손용욱 씨(경영·18)는 “등록금이나 장학 지원 같은 부분은 많은 학생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며 “오히려 역량이나 경험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졸업생들의 취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 미래위원회 상임위원인 이성원 교수(사학)는 “대학의 위기는 이제 지역사회와 지역대학만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든 지역대학이 대학 위기를 공동문제로써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지난 정부의 국립대학교 육성사업·혁신지원 같은 사업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정리했다. 류 씨는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과 대학에서는 인재를 양성하고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 국가·지역자치단체·대학 간의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30년 후의 전남대, ‘교육·연구 성과가 인정받는 학교’

응답자의 48.5%는 30년 후의 우리 학교가 ‘질 높은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외에도 ‘호남을 대표하는 우수대학’(31.1%), ‘학생과 긴밀히 소통하는 대학’(16.5%)의 응답을 보였다. 응답자 하진 씨(심리·19)는 “대학이 지역을 대표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이 전공을 수학하는 것이 본분이다”며 “개인의 역량을 기를 수 있게 돕는다는 점에서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전국단위에서도 꿀리지 않는 우수한대학”, “신천지·대진연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대학”, “더 높은 위상(입시결과)을 내세울 수 있는 대학” 등의 의견을 냈다. 응답자의 의견들은 다양했지만, 모두 30년 후의 전남대학교 미래가 찬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 대학은 ai융합대학,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등 미래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유망한 학문을 신설했다”며 “관련 분야의 지속적 발전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대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을 다니는 학생으로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기 바란다”며 “전남대생들이 도전 의식을 가지고 준비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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