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성택 총장님. 저는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96학번 학부생으로 캠퍼스를 오가다 이제 오십이 너머 공부를 하니 매우 행복합니다. 배움의 기쁨을 주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네요.

그런데 총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신문을 통해 말씀을 올립니다. 절차를 거쳐 총장님께 건의를 드릴까 하다가,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도 같이 생각해 볼 문제라 싶어 공개적으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화장실 핸드타월 비치를 부탁드립니다. 팬데믹이 터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일상생활에서 목격하는,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은 지점 하나가 바로 시민들의 ‘위생’에 대한 관념일 것입니다. 의학박사이신 총장님께서 이 점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잘 인지하시겠지요.

작년 건강보험공단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재정 흑자가 났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손을 잘 씻어 감기, 눈병, 배탈과 같은 위생으로 걸릴 수 있는 병원 방문이 적어졌고 이로 인해 수가를 절약했다는 것이지요. 팬데믹이 시민들에게 마스크 쓰기뿐 아니라 ‘손 씻기’에 대한 새로운 습속을 부여했습니다. 실은 제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서도 좋은 품질의 비누와 함께 핸드타월이 비치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생긴 효과는 초등학생들의 ‘화장실’ 생활지도가 쉬워졌다는 것입니다. 손을 씻은 후 일반 화장지를 쓴 후 변기에 버리는 등의 행위로 인해 여러 가지 곤란을 겪었거든요. 하지만, 핸드타월이 비치되자, 훨씬 더 깨끗한 화장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린 초등학생들의 ‘태도’는 예상치 않게 작은 변화로부터 좋은 쪽으로 변화했습니다.

우리 전남대학교는 어떤가요? 홈페이지에 있는 정성택 총장님은 “더 강하고 품격 있게” 나가는 전남대학교를 지향하신다고 합니다. 정말 품위 있는 도서관을 가진(96학번인 제가 느끼기에는 놀라울 정도의 시설을 가진) 우리 학교의 화장실은 어떤가요? 총장님이 혹시 백도에서 용무를 보신다면 꼭 한번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는 학생들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험을 저는 초등학교에서 했습니다. 등록금 200만 원 정도면 좋은 손 비누, 핸드타월 정도 비치를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요구는 아닐 듯합니다.

둘째, 도서관의 대출 지연입니다. 총장님. 얼마 전 우리 전남대학교 ‘정보 마루’ 도서관을 방문한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영상은 우리 전대인을 매우 자랑스럽게 할 만합니다. 저도 정보 마루를 갈 때면 마치 오성급 호텔의 라운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네요. 그런데 정성택 총장님.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사회과학 도서는 대출이 ‘3월 말’까지 할 수 없습니다. ‘책 정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 시기, 방대한 자료들이 집적되기에 정리는 분명히 해야 할 ‘과업’입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2년간 지속했고, 캠퍼스는 문을 닫았었지요. 왜 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지금’, 그것도 학기가 시작된 지금까지 이 작업이 지연되는 것일까요? 물론 필수적인 작업이고 방대한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업무를 하고 계시는 담당 선생님들의 노고를 저는 짐작합니다. 그러나 총장님은 우리 학교를 “연구 대학”을 중심으로 삼겠다고 하셨습니다.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책’입니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의 ‘총’ 같은 핵심적인 무기입니다. 안보 공백을 용납할 수 없듯, 대학에서 책을 빌릴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여깁니다.

마지막으로 총장님께 공식적으로 이런 말씀을 올리는 이유는 이 문제에 관해 ‘침묵’하는 우리 학교의 소통구조입니다. 일반 관공서나, 작은 카페에도 설치된 핸드타월이 없는 5성급 도서관, 또, 코로나 상황에서도 대출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시립도서관 및 작은 도서관에 부끄러운 현 전남대학교 상황. 저는 우리 동료 학생들의 ‘침묵’과 교수님을 비롯한 교직원님들의 어쩌면 무뎌진 감성에 대해 같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말씀을 올립니다. ‘좋은’ 대학, 연구공동체는 내부의 소통과 제대로 된 토론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고 소소한 문제가 의외로 중요한 것이 아닐까 여겨 말씀을 올립니다. 총장님의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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