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을 전후한 요즘 한낮 기온이 20도에 육박했다. 나무심기 좋은 시절이다. 식목일은 이보다 20일 정도 늦은 4월 5일이다. 미군정이 1946년에 4월 5일을 식목일로 삼고, 정부수립 후 1949년 대통령령으로 최종 지정하였다. 그보다 앞서 1911년 조선총독부는 4월 3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식목일은 2006년에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우리 나이 때 사람들에게 학창시절 학교를 안가는 식목일이 너무 좋았다.

식목일은 대개. 24절기인 청명(淸明)과 겹친다. 올해 청명도 4월 5일이다. 또 청명과 거의 비슷한 날짜인 한식(寒食)도 대단한 시절 행사였다. 음력이기는 하지만 식목일 시기와 비슷한 날짜로 삼짇날(음력 3월 3일)이 있다. 올해 삼짇날은 4월 3일이다.

식목일이나 청명, 한식, 삼짇날의 공통점이 있다. 날씨가 따뜻하다. 3월 개학하고 4월 시즌에 접어들면, 옛사람들 말로, ‘밭갈기’ 참 좋은 시절로 기억된다. 한 해의 농사가 이때 시작된다. 그런데 나무심기에 적당한 온도는 평균 6.5도라고 한다. 날씨로 따지면, 4월 5일에 나무심기는 좀 늦다. 이미 3월 중순 이후의 날씨로도 충분하다. 지금, 식목일 날짜가 처음 정해진 때보다 2도 정도 상승했다. 기후가 변했다. 그래서 3월로 그 날짜를 옮기자는 의견이 있다.

밥 짓고,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땔나무가 필요했다. 70년대까지 시골의 뒷동산은 거의 민둥산이었다. 산에서 수확하는 땔나무는 전근대시대 관료들 급료의 한 종류이기도 했다. 땔나무가 없으면 굶고 겨울은 추웠다. 땔나무를 수확할 임야의 넓이는 신분을 보여주었고 그 양은 삶의 질을 나눴다. 늦은 가을 부엌에 가득한 땔나무을 보며 겨울 걱정을 덜었던 할머니 안도의 얼굴이 선하다.

나무 없는 민둥산, 폭우나 장마 때가 되면 난리가 났다. 강이 넘쳐 동네를 삼켰다. 평상시에 강둑을 쌓고 준설작업을 해야 했다. 한양의 청계천 준설작업은 나랏일이 되었다. 모두 땔나무 탓이다. 그래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연탄이 보급되는 그 시기와 맞물려 민둥산이 하나둘 푸른 나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푸른 산은 연탄의 공이 크다. 빠르게 도시화가 되면서, 땔나무 걱정은 연탄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 화석연료는 땔나무만 대체한 것이 아니었다. 나라 산업의 모든 곳에서 쓰이고 있었다. 이제 나무를 심어 푸른 산이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그 속도보다 더 빨리 지구 전체를 따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3월 중순의 기온이 70~80년 전의 4월 초순 온도가 되었다. 이정도 속도면 100년 후에는 따뜻한 1월에 논밭을 갈아야 한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양력 4월 초순경), 시골 아낙들은 희망 가득한 소풍도 하고 함께 야외에서 전을 지지며 먹고 즐겼다. 또 비슷한 시기 따뜻한 날씨에 한식과 청명 때는 조상 산소를 찾아 인사하고 산일을 보기도 했다. 임금님은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로운 불을 만들어 문무백관에서 내려주었다. 이 불은 수령들을 통해 전국 방방곡곡에 전달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지난해의 묵은 불은 끄고, 임금님이 내린 새로운 불을 기대 가득 기다렸다. 그 사이 밥을 지울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고 하니, 이날을 ‘한식(寒食)’이라고 했다. 불은 전국체전 성화와 같이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옛사람들은 작대기와 같은 해시계로 1년의 길이가 365.25일 정도였음을 기막히게도 확인했다. 1년을 24절기로 나누려니 한 절기에서 다음 절기 간의 길이가 15.2일 정도가 된다. 청명은 24절기 중, 춘분 다음 15.2일 후에 있는 절기이다. 소수점인 날짜는 없으니, 동지 후 105일 후를 따로 이름 지어 이날을 한식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청명과 한식은 거의 같은 날이다. 그 소수점 때문에 한식은 청명과 하루 차이가 나기도 한다. 동지는 달력의 시작점이다. 한식이 동지 후 왜 105일 후냐고 물으면, 그것은 옛사람들의 체감 온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동지 후 105일째가 되는 그때가 농사 시작하기 좋은 따뜻한 시절이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 교정의 홍매화가 3월 17일 개화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에게 이번 주는 대목인 셈이다.  
 

▲ 서금석(조선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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