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운행기사 “외국인 승객이 사적지 타고 내릴 때 자부심”
시민 “1187 타고 광주 시내 조망 추천”

광주광역시에는 노선번호 부여법칙을 따르지 않는 특별한 버스가 있다. ▲518번 ▲419번 ▲228번 ▲1187번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이 버스들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까? <전대신문>과 함께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경유하는 518번

518번 버스는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한다. 5·18 당시 상무대가 있었던 상무지구를 기점으로 ▲5·18 자유공원 ▲금남로 ▲전남대학교 ▲국립 5·18 민주묘지 등 민주화운동 사적지를 운행한다. 약 65여 개의 정류장을 거치는 518번은 2006년 개편 이후 현재까지 운행을 이어오고 있다. 버스 기사 최상만 씨에게도 518번 버스는 특별한 의미다. 3년째 518번 버스를 운행 중인 그는 “가끔 외국인 승객이 사적지에서 타고 내린다”며 “그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배차 간격이 약 30분이고, 한 번 운행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 사적지를 따라 돌아가므로 목적지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수익도 잘 내지 못하는 518번 버스. 어쩌면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노선이지만 여전히 운행되고 있는 이유는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고자 하는 광주 시민들의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대중교통과 윤선욱 씨는 “노선 정리를 하고 싶지만 경제성보다 5·18이 갖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손실이 있더라도 518번 버스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오늘도 518번 버스는 80년 5월을 기억하며 묵묵히 달리고 있다.

4·19 혁명의 정신을 기리는 419번
금남 56번이 전신인 419번 버스는 2012년부터 419번으로 변경돼 운행되고 있다. 4·19혁명 당시 광주에서는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운동을 전개했는데, 광주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광주학생운동의 발원지인 광주고 앞을 4·19로(중앙초교사거리~서방사거리)로 명명했다.

이후 4·19혁명의 정신을 기리고자 4·19로를 비롯한 관련 장소를 지나가는 노선 중 금남 56번을 선택하여 번호를 변경해 운행하도록 했다. 윤 씨는 “광주만의 특별한 노선일 뿐만 아니라 누구나 부담 없이 버스를 타고 역사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고 소개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228번

광주와 대구가 맺은 ‘달빛동맹’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228번 버스는 대구의 2·28민주운동을 상징한다. 대구 2·28민주운동은 대구지역 학생들이 이승만 독재 정권 타도를 외치며 일어난 민주화 운동으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이를 기리고자 광주시는 4·19혁명의 시발점인 광주고등학교를 비롯해 4·19역사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을 경유하던 ‘지원 151’을 ‘228’로 수정했다. 윤 씨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과 대구의 2·28민주운동 모두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것에서 역사적 의미를 함께 한다”며 “이에 핵심 유적을 노선으로 다니던 지원 151번을 228번으로 변경 운행하여 두 도시의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대구에서는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518번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대구의 518번 버스 또한 2·28기념중앙공원을 거치며 대구와 광주의 역사를 잇는다. 박지은 씨(화학공학·20)는 “228번 버스로 2·28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등산을 오르는 1187번

1187번 버스는 무등산의 해발고도인 1,187m에서 유래된 노선 번호다. 광주 도심과 무등산국립공원 원효사를 운행하는 이 버스는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을 오른다. 광주 시내버스 중 유일하게 4자리 노선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산의 해발고도가 버스 번호로 지정될 만큼 광주 시민들에게 무등산은 각별하다. 24년째 광주에 거주 중인 김승현 씨(24)는 “광주 하면 무등산을 떠올릴 만큼 무등산은 광주의 자랑이다”며 “1187번 버스를 타고 산에 올라 광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해보길 추천한다”고 전했다.

저마다의 역사를 싣고 달리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광주의 특별한 버스를 살펴봤다. 소개한 4개의 버스 모두 광주를 지탱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주말, 이 특별한 버스를 타고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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