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없는 심리검사, 정확한 결과 확인 어려워
“정식 검사 문항은 간단, 나를 대표하는 문항 선택할 수 있어”
“검사 결과에 자기 자신 제한하는 태도 버려야”

“MBTI 어떤 유형이에요?”

재미와 웃음을 만드는 MBTI는 유행을 넘어 자기소개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단 4자리 알파벳만으로 자신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으며, 공감대 형성에 유용해 일명 ‘스몰토크’ 주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에 MBTI를 검색하면 나오는 ‘무료 성격유형검사 16Personalities’ 사이트(약식 검사)는 사실 MBTI 검사가 아니다. ‘한국 MBTI 연구소’에서 해당 사이트에 MBTI가 맞는지 정식 문의를 했지만, 사이트는 저작권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니라는 답변을 남긴 바 있다. 정식 MBTI 검사와 약식 검사의 차이점을 알아보고자, 직접 두 검사를 모두 진행한 우리 대학 학생 7명의 후기와 어세스타(한국심리검사연구소)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식VS약식
학생들이 정식 검사를 하지 않았던 주된 이유는 비용 부담과 약식 검사 결과의 상당히 높은 일치성 때문이었다. 약식 검사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충분히 재미있기에 굳이 돈을 들여 검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약식 검사의 장점으로 학생들은 짧은 소요시간과 높은 접근성을 꼽았다. 하지만 검사 문항이 적어 성격을 자세히 파악하기 어렵고, 질문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식 검사에 참여한 김예본 씨(음악·21)는 “내향과 외향 사이에도 수많은 갈래가 있는 법인데, 약식검사는 이를 잘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반면 정식 MBTI 검사는 유료이고 검사 방법이 간편하지 않아 약식 검사에 비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제시되는 두 문항 중 편한 선택지를 고르는 양자택일 방식이기 때문에, 선택지의 폭이 넓고 중간 값이 존재하는 약식 검사에 비해 결과가 정확하다.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정식 검사가 문항이 훨씬 많고 전문성이 있어, 높은 신뢰도가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서지호 씨(화학공학·16)는 “정식 검사의 문항은 간단했고, 나를 대표하는 문항을 선택할 수 있었다”며 “응답하면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모든 학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장점은, 단연 해석 결과지의 내용이었다. 이는 성격을 단순히 줄글로 나타내지 않고, 하위 항목으로 구분하여 정리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정현진 씨(문화인류고고·22)는 “4가지 선호지표에서도 세부 범위로 설명이 나눠져 있어, 자신의 성격이 어느 부분에 얼마나 많이 해당하는지 파악하기 훨씬 쉬웠다”고 말했다. 단순히 ‘외향형(E)’으로 나타내지 않고 다면척도인 ‘능동성’과 ‘수동성’, ‘표현적’과 ‘보유적’ 등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약식 검사에서 맞지 않았다고 여겼던 부분들도 정식 검사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돼 있다.

검사에 참여한 7명의 학생들 모두 약식과 정식 검사의 결과가 동일했다. 최근 성격 유형이 바뀐 사람도, 여러 유형이 번갈아가며 나왔던 사람도 약식 검사에서 나왔던 것과 같은 결과를 정식 MBTI 검사에서 받았다.

약식 검사 문항 증명 불가능
그렇다면 약식 검사는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 검사일까? 문경춘 ‘어세스타’ 호남센터장은 약식 검사에 대해 “MBTI 대중화에 일조한 순기능과, 이를 MBTI라고 생각하게 하는 역기능이 동시에 있다”고 말했다. 약식 검사는 쉽고 빨라 편리하다. 그러나 각 문항이 심리학 이론에 기반한 타당한 문항이 아니어서 MBTI라고 볼 수 없다. 정식 MBTI 검사는 수많은 연구를 거쳐 온 문항이지만, 약식 검사는 검사 문항의 증명이 불가능한 것이다.

보통 심리검사를 진행한 사람의 절반 정도는 실제 자신의 성격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더 편한 선택지를 고르기보다 닮고 싶은 내용을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다. 약식 검사에는 적절한 안내사항이 없어 참가자가 심리검사를 올바르게 진행하기 힘들뿐더러, 해석 역시도 전문가가 개인에 맞춰 설명해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식 검사는 전문적인 검사 결과가 전제되며 전문가의 해석이 동반되는 것에 비교해 보면 약식 검사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문 센터장은 자기 이해와 타인 이해의 수단으로 MBTI를 사용하되, 검사 결과에 자기 자신을 제한하는 태도를 버릴 것을 첨언했다. 그는 “검사 결과는 ‘나’를 비추어 ‘나’를 찾는 도구일 뿐이며, 참고이자 힌트로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BTI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와 다름에 대해 존중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정식 MBTI 검사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어세스타’는 지난 1월 개인적으로 검사해볼 수 있는 ‘MBTI 사람의 발견’ 사이트를 오픈했다. 전문가가 안내하고 설명하는 내용을 검사 과정 안에 담아, 혼자서도 쉽고 간편하게 MBTI 정식 검사를 진행해볼 수 있다. 그래도 전문가를 통한 검사 결과가 정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검사하길 권장한다.

검사 및 해설 도움 어세스타 호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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