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편지 네 통을 받았다. 발신자와 수신자가 동일한 메시지였다. 그 속에 담긴 애정 어린 마음과 위로, 조언을 <전대신문>이 배달한다. 2022년 2월, 전남대를 졸업하는 학생과 졸업시기에 맞춰 지난 대학생활을 학생들의'나에게 쓰는 편지'다.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아
올림픽 시즌이 또다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며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개최 장소는 어느덧 베이징으로 바뀌었고, 나 역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설레하던 신입생에서 졸업을 앞둔 취준생이 되었다. 4년의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로 대학생활 4년 중 절반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상황 속에서 코로나가 없던 1, 2학년 때의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와는 확연히 다른 일상이었다. 술과 함께했던 MT와 답사, 시험 기간 공부를 명목으로 밤새 떠들던 강의실, 돗자리 깔고 치킨을 먹던 봉지. 전남대학교 곳곳에 내 지난 추억이 묻어있다. 지금 하는 공부가 힘들 때는 ‘그때 놀지 말고 열심히 공부할걸’하며 후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생활 2년을 헛되이 보낼 걸 알았으면 그 전에 더 원 없이 놀았어야 했다는 철없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만큼 2년을 허망하게 보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을 꼽자면 동아리 활동이나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워낙 내성적이기도 하고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항상 할까 말까 고민만 하다 기회를 놓쳐버리곤 했다. 우리 학과가 소수과여서 다양한 학과와 교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이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 같다.

추억은 만남보다 이별에 남는다는 어느 노래 제목처럼 졸업을 앞두고 나니 그동안 무심코 흘려보냈던 지난 시간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소중하게 느껴졌다. 4년 동안 아쉬움도 많이 남고 후회되는 일도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대학생이었던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추억도 남길 수 있었다. 이제 졸업을 하고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 막막한 시간을 이겨내고 꼭 목표를 이뤄내서 인생의 2막으로 순조롭게 넘어가고 싶다.

이태희(역사교육·18)

 

불안한 시절의 나를 꼭 안아줄래
혼자 가만히 앉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마다, 머릿속을 스쳐 가는 수많은 감정에 벅차오르곤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 하나로 고향과 가족, 친구들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 나의 또 다른 삶이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딱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나는 종종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곤 했다. 새로운 나라에서 유학생의 삶을 살아간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임을 몰랐던 건 아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나라지만, 한국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지 않은가. 특히 한국의 겨울은 정말 춥고 쓸쓸하다. 새하얀 눈이 온 일대를 뒤덮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가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나는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살아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늘 웃는 얼굴과 해맑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런 내가 매일 밤 울음을 삼키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또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찾지 못한 집은, 그렇게 가깝던 엄마와의 거리마저 멀어지게 했다. 바쁘다는 말은 소중한 사람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핑계가 되지 못한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 굳건하던 사람도 변하고, 인생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지나간 일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다시는 나의 삶이라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 한다.

가끔 어리고 불안했던 시절의 나를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르지 말고 가끔은 천천히 쉬어가는 게 어떠냐는 물음도 전하고 싶다. 내 앞에 놓인 길이 험난하게만 느껴지더라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LE HUYNH THUY VI(영어영문·20)

 

멋있어진 의진이가, 소심했던 의진이에게
안녕, 의진아.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나는 2022년도에 사는 의진이야. 갑작스러운 편지에 많이 당황했겠지. 그래, 네 성격이라면 당황할 만해. 그렇지만 그저 미래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적어 본 것이니 편히 들어줘.

난 지금 과거의 네가 열심히 학점을 들어준 덕분에 편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어. 힘들다며 투정 부리고 놀 궁리만 하더니 그래도 잘 버텼구나. 덕분에 지금의 나는 듣고 싶은 수업도 들어보고, 시험도 여유롭게 준비하는 중이야. 정말 고마워. 1학년 때는 분명 전공과 진로에 대해서 많은 혼란이 왔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꿈도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려는 자신감도 생겼어. 자랑스럽지 않니?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한 것이 느껴지는데 아쉬운 점도 있어. 내가 입학했을 때 코로나 때문에 제약이 많아서 사람들이랑 많이 놀아보지도 못했잖아. 그게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후회가 되더라. 너 아직도 봉지에서 친구들이랑 못 놀아본 거 알고 있어? 이 편지를 본다면, 지금 당장 짐 챙겨서 봉지로 가서 놀아봐. 안 그러면 분명 후회한다! 성적을 위해 열심히 살아 온 네가, 너를 위해서 열심히 놀기도 했으면 좋겠어.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더 보러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쌓자.

그렇다고 네가 놀지 못한 게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지금의 너는 아주 멋지고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 절대 널 깎아내리려고 하지 마. 힘든 것도, 슬픈 것도, 못 하는 것도 모두 잘 해낼 미래의 너를 위해 겪는 과정일 뿐이니까. 앞으로 나는 네가 노력해준 만큼 더 힘을 내서,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해 볼 생각이야. 해 보기 전에 포기하는 버릇을 고치고, 남들보다 더 떨어질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해. 뭘 해도 내 기준에 맞춰 성장해 나갈 거야. 잘 지켜봐 줘, 네가 얼마나 더 멋있어질지! 건강 잘 챙기고, 아프지 마라!

김의진(미술·20)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됐어
누구보다 강한 응언아, 가장 먼저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그리고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에 온 지 4년이 넘었고, 벌써 대학교 4학년이 됐네. 입학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던 그때를 기억하니? 친구랑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교수님이 무섭고 수업이 어렵지는 않을지. 정말 많이 걱정했었잖아.

물론 외국 대학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야. 그래도 열정과 도전정신이 강한 너는 그 낯섦에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 당시 너는 학과 MT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인이었어. 다시 생각해봐도 용기 내길 잘했던 것 같아. 친절하고 차별 없이 너를 대해준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야.
씩씩한 응언아, 과제가 어렵거나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해하지 못해 모든 걸 포기하고 싶진 않니? 그럴 때마다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이 간절할 테지. 하지만 너는 성공하기 위해선 남들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새기며 힘을 냈을 거야. 무너지지 않아 줘서 고마워.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아.

또 너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학교 안팎으로 다양한 활동들에 도전하곤 했잖아. 이러한 경험들이 너의 한국어 능력과 사회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야. 낮은 학점을 받거나 면접에 불합격하는 등 크고 작은 실패들에 눈물을 흘린 적도 많지. 그렇지만 이 모든 게 헛되지 않은 일이라는 건 자부할 수 있어. 너는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말이야.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쉬운 일들이 참 많은 요즘이야. 늘 그랬던 것처럼 네가 앞으로도 항상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다가올 미래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사랑하는 응언아, 오늘의 선택으로 늘 행복한 내일을 맞이하길 바랄게.

VU THI NGAN(국어국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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