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1년 8월 23일자 <경향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오찬호 작가의 ‘아프간 난민, 한국 오지 마라’를 오마주했습니다.

청년들이여, 사는 게 힘들고 뭐 하나 풀리지 않는다 해도 좌절하지 마세요.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일제강점기도, 한국전쟁도, 학생운동도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멘탈도 약하고 불평불만도 많네” 같은 말이 돌아올 뿐입니다. 이 사회에서 청년의 존재는 대통령선거 같은 정치적 이슈가 있어야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차라리 유튜브나 보세요. 여러분이 선망하는 많은 것들은 이룰 수 없거든요. 만약 정당한 입사과정이나 시험을 통해 경쟁자들을 이겨 원하는 일자리를 얻었다면 축하합니다. 이제 일은 곧 여러분 자신이 되고, 일터는 자아실현의 장이 되는 경험을 할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시간 대부분을 일에 쏟게 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만약 일에서 자아실현도 하고 일한 만큼의 돈도 받게 된다면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운이 좋아 둘 다 얻게 되어도 주식이나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마련하세요. 회사는 언젠가 망하지만, 여러분의 인생은 계속되니까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공부, 취업준비, 일에 파묻혀 일상을 보내더라도, 진정한 휴식은 꿈꾸지 마세요. 명절에 걸쳐 조금이라도 길게 다녀오는 해외여행은 현실로 복귀하기 위한 시간에 불과합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영어공부나 자격증 취득 같은 자기계발로 채워질 거예요. 종종 휴식을 생산적으로 보내지 못했다며 자책을 할 때도 있을 거예요. 어디에서도 진정한 휴식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여러분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은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뿐입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면 침묵하세요. 여러분이 입을 여는 순간 “요즘 것들” “MZ세대”라는 꼬리표가 붙고 “너를 위해 말해주는” 묻지도 않는 조언들이 따라옵니다. 그럴 땐 그저 허허 웃고 넘기세요. 여러분은 각종 책이나 신문에서 분석되어야 하는 이해되지 않는 외계 생명체일 뿐입니다. 공감이나 이해는 바라지도 마세요. 소통하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이나 강아지 영상을 보며 열정과 사랑을 쏟으세요.

종종 힘이 들거나 극심한 불안이 찾아오면 정신과나 심리상담소를 방문하세요.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불안의 원인은 여러분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여러분 자신뿐이거든요. 청년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마세요. 누군가는 청년을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시간과 카페 갈 돈은 있으면서 국가 돈이나 타먹는 존재로 볼 뿐이거든요.

청년들이여, 좌절하지 마세요. 사회에서 청년의 기본 값은 아픔과 힘듦이니까요.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늘을 견디세요.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일뿐인걸요.

정소희(사회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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