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늘제거기로 꿈을 긁어낸다
불쾌한 자국만 남도록 눈썹을 가다듬는다
세면대 위로 떨어진 표피가 날카롭다

이불 속의 물고기가 꿈틀거린다

파란 안약이 콧등을 타고 흐른다
꾹 다문 눈꺼풀은 개화하지 않는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아”
그림자는 사람이 되어 독백처럼 읇조린다

표피 속으로 스며든 바닷물에
그림자는 유감을 표했다
그럴 때면 입이

뻐금 뻐금 거린다
아가미 아래 45도로 머리가 잘린 물고기가
퍼덕, 퍼더덕 음식물찌거기 통 속을 헤집는다
투명한 눈에서 파란 눈물이 짓이겨진다

닫힌 눈
유폐된 눈빛

누군가 옆에서 그것을 보고 있다
실수처럼 포장한 선물이 눈앞에 있고
테이프를 식칼로 자르는 그림자를 나는 찌르고
유예된 꿈의 자국을 아가미에 새긴다

입 안에 그림자를 구겨 넣는다
눈썹칼로 다리털을 다듬는 인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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