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깜깜한 밤중 올려다본 별빛이 번지고, 질주 끝에 내려다본 운동화 끈이 풀려 있던 어느 시간의 언저리. 그 찰나 속 당신은 어디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하였는가. 어차피 아침은 돌아온다는 낙천적인 상념에 사로잡히진 않았는가.

다큐멘터리를 밥 먹듯 보는 내가 역사를 사랑하는 건, 유튜브 알고리즘이 형성되는 과정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덕분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학기 중에 응시하는 용감한 행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험이 끝난 후 너덜너덜해진 몸과 달리, 한국사 선생님의 판서 한 줄은 가슴에 콕 박혀 두 눈을 반짝이게 했다.

“나는 한 번의 젊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 대입, 그 후엔 취업.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기 급급해 늘 마음 한구석에 미뤄두고 살던 질문이었다. 어른이 된 후 새롭게 접한 역사책 속에는 그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인물들이 한가득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역사는 그저 몇 줄의 기록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나는, 그제야 기록 속 그들이 늘 꿈을 갈망하는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분 없이 평등한 사회를, 식민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회를, 우리의 손으로 지도자를 뽑는 사회를. 지금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아무개의 청춘과 낭만, 그리고 희생을 덧대자 그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들은 아무개가 되는 것도, 노력의 결과가 좌절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삶의 대물림을 끊어내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제 당연하게 다가올 아침을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야를 흐리는 눈물을 닦고, 맥없이 풀려 있는 운동화 끈을 조이며 떠오르는 해를 직접 맞이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몇백 년 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감상으로 우리와 우리의 시대를 회고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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