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가 느껴지는 6월 초 전남대 교정은 눈에 띄게 활기차 보인다. 작년에 새로 조성된 ‘민주길’을 정문에서부터 직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도서관 앞의 탁 트인 ‘5·18 광장’ 푸른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과 정답게 마주치게 된다.

광장을 둘러싼 도서관 건물들 속에서 지난 5월에 정식 개관한 디지털 도서관 ‘정보마루’가 통유리 건물의 모던한 외관으로 화려한 빛을 더한다.

다시 ‘정보마루’ 내부에 들어서면 개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최첨단 시설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이용하고 있는 재학생들의 모습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풍경을 앞당겨 그려내는 듯하다.

개교기념일인 6월 9일이 되면 우리 대학이 올해로 69주년을 맞게 된다. 우리 대학은 1952년 전쟁의 와중에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지역민들 전체의 의지가 모여 건립되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남대가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수행해 온 역할은 매우 컸다. 의료, 경제, 산업, 예술과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기술과 역량을 갖춘 졸업생들이 지역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지역민의 생활 공간을 함께 설계해 왔다.

무엇보다 과거 독재 정권하에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실천한 저항 정신은 한국이 민주 사회로 발전해 가는 데 있어 늘 모범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개교 70주년을 1년 앞둔 지금, 우리 대학은 여러 대내외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특히 올해 대규모 지방대학 신입생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학인 우리 대학마저 이러한 사태의 예외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이 ‘지방 소멸’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경제적·문화적 자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과 관련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적 진단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호소만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현재의 대학의 위기가 학령 인구 절대 감소 현상과 낡은 대학 제도에 대한 여러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대학 교육 그 자체의 변화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등에 기반한 산업 체제 전반의 변화와 그에 따른 새로운 인재 육성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 내의 여러 체제 개편을 시도해 왔다. 전국 어느 대학보다 먼저 앞장서서 교양 교과목 체제를 혁신적으로 개편하여 핵심 역량 교과목을 중심으로 교양 교육을 전면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른 한편, 연구비 수주에서 줄곧 전국 상위권을 유지해 온 학내 교원들의 연구역량을 증진하여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와 연계된 산학 협력, 그리고 지역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위원회를 설치하고 여러 과제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지향하며 변화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혁신을 이루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 대학이 역사 속에서 발휘해 온 인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역 경제의 해법을 찾으면서 동시에 경제 논리로 환원될 수 없는 지역민과 함께 보편적 인간의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지난 69년 동안 우리 대학이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꾸준히 실천해 왔던 일이다.

개교 69주년, ‘민주길’ 위에서 우리 대학의 역사를 되짚어가면서 동시에 내년의 70주년과 100주년까지 내다 보는 큰 그림을 그릴 때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