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성원들의 주문과 당부를 빼곡하게 담은 ‘12권의 노트’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자세로, 진리와 정의를 밝히는 전남대학교

제21대 정성택 총장은 ‘강하고 품격 있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人’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이에 우리 대학은 전공지식과 학문적 깊이를 가진 ‘당당한 전남대인’, 위기와 혼돈의 상황에 흔들리거나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전남대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대신문>이 정성택 총장을 만나 학내 주요 현안과 대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총장 취임 한 학기가 지났다. 그간 어떤 시간을 보냈나?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전남대학교를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었고, 주요 보직도 여러 차례 맡았었기에 대학의 업무 파악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총장으로서 세부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선배 총장님들과 보직교수님, 직원 선생님들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커다란 일들을 해내 오신 것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시대변화와 교육환경의 전환에 맞춰 총장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으며, 대학의 역할도 더욱 막중해졌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Q2. 취임 첫날 민주길을 걸어서 출근했는데, ‘민주·인권·정의’ 이름을 가진 민주길이 21대 총장직을 수행함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나?
취임 첫 날 학교 정문에서부터 ‘민주길’을 걸으며 출근했다.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섰는데, 1980년 신입생일 때 마스크를 썼던 그 길이 오버랩 됐다. 오늘의 마스크도 의미는 같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인권, 정의와 민주라는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고, 공통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마스크인 듯하다.
‘민주길’은 저에게 ‘이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 정문을 통해 걸어 들어올 학생들을 미래의 주인공으로 키우기 위해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란 화두를 던져준 공간이었고,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며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Q3. 슬로건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人’에 담긴 비전은?
인류가 만들어낸 걸작으로 흔히 ‘민주주의’와 ‘대학’을 꼽는다. 우리 대학은 69년 전 전쟁의 격랑 속에서도 나라를 구하는 것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지역민의 신념과 의지로 세워졌다. 지금은 인문·예술·체육·사회에서부터 치·의학과 이·공학, 수산해양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두루 갖춘 대학으로 성장했다.
우리 학생들이 이처럼 자랑스러운 역사와 풍부한 학문적 토양 위에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 ▲경계를 넘나들며 사고(思考)하는 융·복합형 인재 ▲새로운 가치관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바른 가치관으로, 공공의 선(善)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지켜가는 따뜻한 사람, 그래서 영혼이 맑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비전을 내세웠다.

Q4. 재정 감소, 신입생 미달 등의 문제로 대학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개방’과 ‘공유’로 대변되는 교육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주력하겠다. 이를 위해 우리 대학은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것이다.
또, 공동학위제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15개 대학을 비롯해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대학들과 온라인 ‘복수 학위’나 ‘공동학위 과정’을 개설해서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자 한다. 전국의 거점국립대학들과도 학술 분야는 물론 학생·교원 등 인적 교류를 통해 촘촘하게 네트워크화된 국가거점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 걸맞게 원격 공동수업도 늘려갈 것이다. 이미 거점국립대들과 19개 교과목을 공동원격수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서해안권 대학들과 6개 교과목, 또 연세대·포항공대 등 전국 9개 대학과도 현재 4과목의 원격수업을 함께하고 있다.

Q5. 사상 초유의 신입생 미달 사태를 이겨낼 우리 대학의 대안은?
우선 수산해양·산학융합·국제화를 골자로 한 여수캠퍼스 발전계획에 따라 선택과 집중에 나설 방침이다. 탄력정원제와 같은 입학정원 조정, 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 개편도 고민해야 한다.
또, 지역 산업체의 맞춤형 인재양성 요구를 반영한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바이오산업, 석유화학기반 고분자소재, 조선 해양플랜트 등 지역 대표산업과 여수광양항 및 광양만권 산단 개선 등 전남형 뉴딜정책에 부응하는 학과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여기에, 여수시, 전남도 등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인재 유치-인재양성-취업보장’이 이뤄지도록 지역 맞춤형 일자리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도 확대를 요청해 나가겠다.

Q6. 코로나 19 대응 학사운영 방식이 가져올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학습, 원격 교육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교육의 ‘뉴-노멀’로 자리하고 있다. 일반대학도 원격수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교육부 훈령도 제정됐다.
우리 대학은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하고 있으며, 특히 가상(VR)현실, 증강(AR)현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 분야에서는 원격수업을 적극 도입해 변화를 주도하고자 한다.
동시에 온·오프라인 교육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강의실을 구축하는 등 교육의 디지털화에 힘쓰고, 국내·외 대학 간, 학문 간 공유 강의 개발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은 일반대학으로서 사회관계능력,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등 대면수업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본연의 교육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변함없이 추구해 나갈 것이다.

Q7. 외국인 유학생들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방안이 있나?
우리 대학 학부 및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은 51개국에 걸쳐 1,700명에 달할 만큼 글로벌 캠퍼스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들이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취업특강을 통해 구직절차와 면접방법 등에 대해 안내하고,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별도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 기업과 연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은 모국에서도 유학생 동문들과 연계해 취업연수 프로그램을 별도로 갖는 등 취업과 진로 상담, 취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취업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유학 생활도 적극 돕고 있다. 입학 초기 오리엔테이션, 버디프로그램에서부터, 재학 중에는 한국 문화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문화체험과 한국어 특강을 개설하고 있다. 또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튜터링 제도도 실시하고 있고, 유학생 비자 업무나 학사·진로·생활과 관련해서는 다국어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Q8. 연구중심대학 전남대로서 계획과 성과는?
전남대학교는 전국 400여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유일하게 연구비 수주 10위 안에 드는 대학이다. 최근 3년간 우리 대학 연구비 총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현재 1,534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교원 1인당 연구비’ 금액이 거점 국립대 1위에 달하고, 총 67과제 6,853억원 규모의 대형집단과제를 수주했다. 논문발표 실적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논문의 질적 향상이 두드러져 JCR 상위 10% 이내 주저자 논문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캠퍼스 혁신파크사업’을 수주했다. 대학을 스타트업 육성과 고급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창업지원 생태계를 확장하게 될 것이다. 또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사업’과,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도 선정돼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 혁신인재를 집중 양성하게 됐다.
이같은 성과는 연구자들의 공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우리 대학은 연구 아이템의 착상에서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의 전 주기를 두텁게 지원하고 연구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Q9. ‘지역혁신플랫폼’과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의 진행 내용은?
‘지역혁신플랫폼사업’과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은 전남대학교가 보유한 유·무형의 자원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며 협업하는 사업이다.
‘대학타운형 도시재생사업’은 전남대학교 Linc+사업단, 기술지주회사, 국제협력본부, 문화전문대학원 등이 협력해 중흥동 일대 전남대 정문과 후문지역의 상권을 활성화해 나가는 사업이다. 지역 주민, 단체가 퍼실리테이터와 협력해 도시재생과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리빙 랩’을 비롯해 주민 필요시설 개선, 청년창업 등과 관련된 아이템을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 리얼라이즈’ 등도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 행복어울림센터가 준공되면, 대학 담장이 허물어지고 오픈-스페이스를 공유하게 된다.
전남대가 총괄하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은 고등교육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시·도교육청과 함께 고교학점제를 지원하는 등 고등교육 내실화와 지역청년의 지역대학 진학과 정착을 유도하게 된다. 또 15개 참여대학이 공동으로 에너지신산업과 미래운송기기분야에서 6개의 융합교육과정을 구성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역 인재가 지역 내 우수기업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기술개발과 기업지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Q10. 거점국립대로서 지녀야 할 비전과 사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국에 10개의 거점국립대학교가 있다. 거점국립대는 일반 대학과 달리 각 권역에서 대학의 롤모델이 돼야 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한 축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거점국립대는 형평성 있고 포용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은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자기발전을 위해 제공받아야 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는 어린이집에서부터 초-중-고-대학과 대학원은 물론 평생교육원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 주기 교육’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교육받을 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동시에 거점국립대는 국가의 학문 생태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우리 대학은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끊임없는 진리 탐구와 과학기술의 진보를 추구해 왔다. 새로운 융·복합 학문의 발굴에 더 정진할 것이다.
거점국립대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지켜줄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하고, 예술, 체육, 역사, 교양의 진흥에도 기여해야 한다.
근래 들어 더 크게 요구받는 거점국립대의 역할은 풍부한 지적 재산을 산업 현장에 접목시켜 지역사회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여러 사업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Q11. ‘미래전략정책실’을 중심으로 구상하고 있는 ‘교육혁신 플랫폼’은 무엇인가?
급변하는 사회에 대학은 어떻게 위기를 넘어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인지를 고민해 왔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며 구체적인 실행에 나설 역동적 조직으로 미래전략정책실과 교육혁신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
‘미래전략정책실’은 대학이 보유한 역량과 빅-데이터, 그리고 성과관리 등을 기반으로 대학 본연의 기능과 특성화를 함께 발전시켜 명실공히 거점국립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중장기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상생을 위한 전략과 정책을 발굴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교육혁신플랫폼’은 대학 교육환경의 변화와 도전을 선제적으로 맞이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다양한 교육 수요와 요구에 부응하고,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교육혁신본부’의 신설을 시작으로 본격화 할 것이다.

Q12.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학생자치활동에 관한 조언과 격려 말씀 부탁드린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한 것은 2017년과 2019년이고, 지난해에는 12월에 어렵게 출범한 총학생회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다행히 제52대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쉬운 과정이 아니었던 만큼 대학 구성원들의 기대가 클 것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활발한 의견 개진과 토론으로 건전하고 활기찬 학생문화가 넘쳐나길 기대한다. 학생들의 활동은 자치를 우선으로 한다. 우리 대학은 총학생회나 총동아리연합회 등 학생자치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 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서비스는 물론 복지후생을 확대하고, 학생문화 창달도 적극 뒷받침하겠다.

Q13. 대학을 향한 구성원들의 소망과 기대를 적은 ‘12권의 노트’를 자주 꺼내보신다고 들었다. ‘12권의 노트’가 갖는 의미는?
총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우리 대학 교수와 조교, 직원 선생님,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한 분 한 분을 찾아다니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인사차 방문한 여러 기관·단체에서도, 동문들에게도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놓지 않고 하나하나 노트에 빼곡하게 담았다. 저 자신과의 약속도 함께 새겼다. 그것을 모으다 보니, 마치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와 같이 12권의 특별한 노트가 됐다. 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고, 대학의 미래를 그려낼 밑그림이 될 것이다.
하나같이 전남대와 함께 풀어가야 할 지역 현안에 대해, 그리고 대학의 위상 제고와 명예를 빛내달라는 주문과 당부들이었다. 수많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총장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대학구성원 모두의 절대적인 지지와 도움을 부탁한다.

Q14.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동시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몰아닥치면서 한 치 앞도 예견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가치와 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요구되는 대전환의 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대를 리드하는 인재가 요구된다. 창의적이되, 감성적이며, 공동체정신을 갖춰야 한다. 과학적 사고력으로 새로움을 창출하고, 인문학적 감성으로 세상과 공감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자랑스러운 대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진리(眞理)를 추구하고, 새로움을 창조(創造)하며, 지식으로 봉사(奉仕)하는 ‘당당하고 자유로운 전남대인’으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 더 강하고, 더 품격있는 자세로, 진리와 정의를 밝히는 전남대학교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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