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희 (시인, 국문과 문학박사)

연예계와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논란이 확산일로를 거듭하면서 폭력으로 물든 학교생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학폭 미투(Me too)’가 사회적으로 번지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자들의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이나 ‘폭로자가 가해자’라는 논란이 증폭되면서 이미 싸늘해진 대중들의 시선은 돌리기 어렵게 되었다. 학교 폭력 문제가 고질적인 문제라는 통계는 이미 교육부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2020년 1.6%에서 0.9%로 0.7% 감소했다는 학교 폭력 수치는 코로나로 인해 등교 일수가 줄어들어 나타난 결과일 뿐이었다. 오히려 사이버폭력(8.9%에서 12.3%)이나 집단 따돌림(23.2%에서 26.0%) 등의 형태로 옮겨가며 학교폭력은 보이지 않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시대 학교 폭력이 ‘물리적 폭력’에서 ‘사이버불링’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된 것이라는 해석이 더 두려움을 부른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의 연이은 ‘학폭 미투’로 인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학폭’ 문제에 대한 처벌과 사후 처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학폭 미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나치게 처벌 중심 즉 사후 처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가 대표 박탈, 프로그램 하차, 무기한 출전 정지, 학교 재적 및 전학 같은 사후 처리식 벌칙이 학폭 방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까? 몇 달 전 스파링을 빌미로 피해자를 불러내 집단 폭력을 가하고, 의식이 없자 물을 뿌리며 끌고 다니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반신불수가 된 학생의 사례가 떠오른다. 또한 전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도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훈방처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이 크다.

일상에 스며있는 차별과 편견, 증오와 경멸이 오히려 더 큰 폭력을 부르는 것은 아닌지 묻게 한다. 폭력을 가져오는 원인이 생존을 위한 ‘힘의 우위’나 이익추구, 집단적 묵인 등이라면 결과적으로 우린 모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 되고 만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폭 가해자들 대부분은 ‘폭력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거나 ‘약한 사람은 폭력을 당하는 이유가 있다’는 등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면 폭력성이 제어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땅에는 상해나 감금, 억압, 구타, 고문과 살인 등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하는 물리적 폭력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잠재성을 억압하는 구조적 폭력, 종교나 사회적 담론 등에 의해 가해지는 문화적 폭력, 타자를 배제하는 상징적 폭력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존재한다. 이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폭력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세기 전부터 인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혹은 타인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 왔다. 폭력의 양상은 다양하겠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수많은 폭력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 내뱉는 ‘너무 폭력적이야’라는 식의 추상적 수준의 폭력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모두 똑같은 폭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폭력은 다양한 층위에 존재한다. 그러나 폭력이라는 말에는 상처, 말소, 파괴, 위해와 같은 것들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인류의 이성은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 문명의 이름으로 폭력성을 규제해 왔지만 그럼에도 폭력의 본성은 쉽게 제어되지 않는다. 한 매체는 DNA 속에 각인된 인간의 폭력성이 차별, 분노, 편견, 혐오, 이기심의 틈을 타고 때와 장소를 달리해 수시로 발현된다고 말한다. 학교 폭력도 그 중 하나다. 폭력을 통해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폭력의 근원을 찾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타인을 대접하라’는 황금율을 잊지 않는다면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어리석은 믿음도 품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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