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N번방’ 관련 청원이 여러 건 게시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공식 답변 기준인 이십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으며, 특히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요청’ 청원은 이백칠십만여 명(2020년 4월 17일자 기준)을 돌파하는 등 역대 최다 동의 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어 화제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N번방 사건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전대신문>이 ‘N번방 사건’의 온상을짚어봤다.

‘N번방 사건’이란 무엇인가
지난해 대학생 취재단 ‘불꽃’은 텔레그램 내 성 착취 범죄에 대해 최초 보도했다. ‘N번방’, ‘박사방’ 등 다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이용해 성 착취 영상물을 게시·판매한 사건을 ‘N번방 사건’ 이라 일컫는다. 채팅방의 운영자들은 SNS 계정을 해킹하거나, 고액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접근하는 등 방식으로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캐냈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 74명 중에는 16명의 미성년자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운영자들은 피해자들을 노예 취급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강요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상 정보와 영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물은 지불 금액에 따라 채팅방을 나누어 대대적으로 공유·판매됐다. 각방 회원들은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가학적인 콘텐츠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품평회를 열거나 집단 강간 모의를 한 후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소라넷부터 ‘N번방’까지, 끊이지 않는 성범죄 연대기
N번방을 비롯한 성범죄 연대기는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비교적 최근에 수면 위로 떠 오른 소라넷-웹하드카르텔-버닝썬 등이 대표적인 성범죄사건이다. 지난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N번방은 잇달아 박사방을, 또 수없이 많은 성범죄 방을 만들어냈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활용하여 음란물에 연예인이나 지인 얼굴을 합성하는 제보 및 능욕방까지 등장하는 등 범죄의 포악함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이처럼 성범죄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발생한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법망 피해 교묘하게 늘어가는 범죄…강력 처벌 가능한 제도 만들어야
하지만 악랄한 수법과 피해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사회에서는 바로잡을 법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솜방망이 처벌이 성범죄를 키운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성착취영상물대응TF가 지난 30일 밝힌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아동청소년보호법 제11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죄’가 적용된 재판 150여 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건은 30여건에 불과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에 따라 성 착취물을 제작·수입·수출하는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실제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형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법이나 제도가 있더라도 이를 범죄에 적용할 수 있는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N번방 사건’은 명백한 성 착취 범죄이며, 이것이 제대로 된 처벌로 끝맺지 않는다면 ‘유사 N번방’과 ‘N번째 모방 범죄’는 다시 생겨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범죄 연대기에는 쉼표 대신 마침표가 필요하다. 엄중한 수사와 무거운 형량, 신상 공개를 동반한 근본 개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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